[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투수는 야구선수 중에도 특히 예민한 동물이다. 입단 첫해 선발 한자리를 꿰찼지만, 이의리도 아직은 19세 소년이다.
이의리는 15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김진욱과 맞붙었다. 2007년 양현종-김광현 이후 14년만의 신인 좌완 선발 투수 맞대결에 큰 주목이 쏠렸다.
하지만 이의리와 김진욱의 맞대결은 '소문난 잔치'가 됐다. 이의리는 94개, 김진욱은 95개의 공을 던지고도 5회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래도 이의리의 시원시원한 피칭은 돋보였다. 이의리는 최고 148㎞의 직구와 절묘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4이닝 동안 무려 7개의 삼진을 잡았다. 연신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무브먼트와 몸쪽을 공략하는 자신감이 돋보였다. 2회까지 안타 없이 2볼넷 2삼진만 기록했다.
3회 나온 프레스턴 터커의 실수만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이의리는 선두타자 추재현에게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빠른 견제구가 1루수 터커의 글러브에 꽂혔고, 이미 늦었음을 깨달은 추재현은 2루로 질주했다.
터커는 2루 송구에 앞서 주저했다. 1루수 경험이 많지 않은 터커의 약점이 드러나는 장면. 뒤늦게 자세를 잡고 던졌지만 2루 송구는 빗나갔다. 기록원은 타이밍에 초점을 맞춰 이를 터커의 송구 실책이 아닌 추재현의 2루 도루로 기록했다.
천하의 이의리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이의리는 안치홍에게 볼넷, 손아섭과 전준우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2실점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손아섭의 타구는 이의리의 글러브에 맞은 뒤 굴절되며 안타가 됐고, 전준우의 매서운 타구는 길목을 정확히 지키고 있었던 김선빈의 수비를 빠져나갔다.
이의리는 천하의 이대호를 상대로 과감한 승부로 3구 삼진을 잡아냈지만, 마차도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3점째를 허용했다. 하지만 후속타를 끊어내며 이날의 실점을 3점으로 마쳤고, 분풀이라도 하듯 4회 지시완 추재현 안치홍을 3연속 삼진 처리한 뒤 교체됐다. 4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가 이미 94개였기 때문이다.
터커는 올시즌부터 1루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수비는 아직 완전치 않고, 이에 따른 부담 때문인지 공격에서도 타율 1할6푼3리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최원준은 "공에 3번 맞더라도 '우리 막내'가 이길 수 있게 돕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터커의 속내도 최원준과 마찬가지였던 만큼, 미안함은 더 컸다.
그래도 터커는 4-3으로 앞서던 4회말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KIA의 몰아치기 득점에 일익을 담당했다. 교체가 확정돼 더그아웃에 앉아있던 이의리도 형들의 맹타에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이날 최고 148㎞의 직구 외에 이의리가 가장 쏠쏠하게 활용한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이의리가 경기중 체인지업을 구사하기 시작한 건 프로 입단 이후다. 이의리의 밝은 미래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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