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예사롭지 않은 볼배합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18년과 2019년 체인지업과 커브를 가다듬는데 애를 썼다. 특히 체인지업은 그가 KBO리그 내내 제대로 던지기 위해 공을 들인 구종이다. 진정한 '포피치(4-pitch)' 선발투수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한 김광현은 4가지 구종을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며 포피치 선발로 자리매김했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김광현은 지난 시즌 직구 48.7%, 슬라이더 31.2%, 커브 11.6%, 체인지업 8.5%를 각각 던졌다.
올시즌에도 김광현의 볼배합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24일(이하 한국시각)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한 김광현은 5⅔이닝 동안 5안타를 내주고 1실점으로 막는 눈부신 피칭으로 5대4 승리를 이끌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4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고, 삼진은 자신의 빅리그 최다인 8개를 잡아냈다.
완벽한 볼배합과 안정적인 컨트롤이 호투로 연결됐다. 투구수 85개 가운데 직구 45개, 슬라이더 27개, 체인지업 8개, 커브 5개를 각각 던졌다. 직구 구속은 최고 91.5마일, 평균 89.3마일로 나타났다.
특히 15개의 헛스윙을 유도한 것이 눈에 띄었다. 직구, 커브,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가 다채로운 상대 신시내티 선발 소니 그레이(9개)보다 헛스윙 비율이 높았다. 그만큼 허를 찌르는 볼배합과 코너워크가 뛰어났다는 의미다.
지난 1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는 직구 30개, 슬라이더 26개, 체인지업과 커브 각 6개를 구사했는데, 직구 평균구속은 88.5마일에 그쳤다. 6일 만의 등판서 구속을 1마일 가까이 끌어올렸으며, 볼배합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물론 주무기는 여전히 슬라이더다. 탈삼진 8개 가운데 7개의 결정구가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13개를 던진 체인지업과 커브가 요긴하게 쓰인 것도 사실이다. 버릴 만한 공은 없었다. 슬라이더를 기다리면 체인지업, 유인구가 필요할 때 커브가 동원됐다. 1회 1사 1루서 수아레즈를 4구 체인지업 후 5구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것이나 2회 1사 2루서 조나단 인디아를 82마일 체인지업으로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것이 돋보였다.
이날 김광현은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의 사인 교환시 고개를 가로 젖는 경우도 거의 없을 정도로 호흡도 완벽했다. 몰리나는 2회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공격에서도 김광현의 확실한 지원군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도 확인했다. 지난해 김광현의 포심 평균 구속은 89.9마일이었다. 구속을 좀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6회 무심코 던진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몰리면서 닉 카스테야노스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 컨트롤은 집중력에서 나온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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