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키움 히어로즈는 원태인에게 양면성이 있는 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교차한다.
좋은 기억. 키움은 원태인에게 데뷔 첫승을 안긴 팀이다. 프로 입단 첫해였던 2019년 5월4일 대구 키움전에서 7이닝 1실점 잊을 수 없는 데뷔 첫승을 기록했다.
나쁜 기억. 데뷔 첫승이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였다. 만 2년이 흐르도록 키움전 1패 뿐 승리가 없었다.
키움 주포들과 상대 전적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김혜성(4타수 3안타, 1볼넷) 이정후(10타수5안타 2볼넷), 박동원(5타수 2안타 2볼넷) 이지영(6타수2안타) 등이 원태인에게 강했다.
19일 대구 키움전.
원태인은 과거의 그 투수가 아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파죽의 6연승으로 다승(6승1패), 평균자책점 1위(1.00)으로 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초반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키움 라인업에 배치된 킬러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과는 악몽이었다.
원태인은 1회 이용규 김혜성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1,3루 위기에 몰렸다. 이정후에게 유격수 쪽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 했다. 1회에만 3연속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지만 견제사를 잡아내는 등 그나마 실점을 최소화 했다.
2회에는 빠르게 투아웃을 잡으며 안정을 찾는 듯 했다. 하지만 화근은 또 한번 천적들이었다. 2사 후 박동원이 145㎞ 패스트볼을 퍼올려 왼쪽담장을 넘겼다. 시즌 8번째 등판 만에 내준 시즌 첫 피홈런.
흔들린 원태인은 이어진 2사 1,2루에서 이정후에게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하며 4점째를 내줬다. 이정후에게만 3타점째.
삼성은 3회 피렐라의 투런포로 2-4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하지만 원태인은 4회 1사 후 박동원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했다.
이전 타석 홈런을 친 천적을 의식해 볼 3개를 잇달아 던진 뒤 볼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간 4구째 142㎞ 높은 스트라이크를 작심한 듯 당겨 128m짜리 좌중월 대형 아치를 그렸다. 삼성의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한방.
그래도 원태인은 에이스로서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운이 없었다.
1사 후 김웅빈의 평범한 뜬공을 포수와 내야수들이 미루다 안타를 만들어줬다.
그 바람에 2사 1루에서 박동원을 또 만나야 했다. 이번에는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실투가 됐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좌월 3연타석 홈런. 원태인이 마운드에 주저 앉아 모자를 벗었다. 부처님 오신 날, 번뇌 가득했던 108구 째. 한 식구가 된 오재일 대신 새로운 천적이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원태인의 1.00의 평균자책점이 2.13으로 껑충 올라가는 순간. LG 수아레즈(1.68)에게 고히 지켜온 평균자책점 1위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플라이를 잡았다면 6이닝 5실점으로 마칠 수 있었던 아쉬운 순간이었다.
5⅔이닝 10안타 3볼넷으로 7실점으로 시즌 2패째(6승). 최고 구속 148㎞. 108구 중 스트라이크는 69구였다. 탈삼진은 5개. 삼성이 패해 원태인은 4월13일 한화전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6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쁜 기억이 도드라졌던 올 시즌 최악의 하루. 그래도 온갖 악재 속에서도 어떻게든 6회까지 버티려고 애쓰며 분투한 모습은 뉴 에이스다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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