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도 '행복축구' 이어가겠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사령탑' 김도훈 전 울산 현대 감독이 10일 오후 싱가포르리그 라이언시티 세일러스로 떠난다.
지난달 18일 라이언시티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 감독의 선임을 밝힌 지 4주만이다. 김 감독은 2023년 말까지 2년 6개월간 라이언시티와 동행한다.
출국을 앞두고 8일 경기도 분당에서 마주한 김 감독은 "새벽에 고 유상철 감독 빈소를 다녀왔다"고 했다. "너무 아깝다. 너무 허무하고…"라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천에서 첫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며 산전수전 다 겪었던 김 감독은 지도자 동료로서 유 감독의 시련을 이해한다. "떠난 후 애도도 중요하겠지만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K리그, 승부의 세계가 정말 치열하고 힘들다. 스트레스도 크다. 성적이 안좋으면 잘 나오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동시대를 사는 우리라도 서로 응원하고 위로하면서 지냈으면 한다"고 했다. 뜨거운 청춘을 함께 보낸 동료를 가슴에 묻고, 김 감독은 한국축구를 위해 한층 또렷해진 책임감으로 새 도전에 나선다.
김도훈 감독은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자타공인 대한민국 축구의 레전드다. 성남 일화 코치, 강원 FC 코치,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코치를 거쳐 2015~2016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거쳐 2016년~2020년 울산 현대 사령탑으로 2017년 FA컵 우승, 2019~2020시즌 2년 연속 리그 준우승에 이어 지난해 12월 AC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ACL 우승 후 울산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 감독의 다음 행선지로 중국, 일본, 베트남리그가 오르내렸지만, 김 감독의 선택은 싱가포르리그 라이언시티였다. 라이언시티는 이임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홈유나이티드의 후신. 2013년, 2018년 리그 준우승, 지난해 8개팀 중 3위, 올 시즌 11라운드 현재 리그 1위 알비렉스 니가타S(승점 24)에 승점 1점 뒤진 2위(승점 23)에 올라 있다. 모기업은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Shopee)'를 운영하는 나스닥 상장기업, SEA그룹(자산 규모 121억달러, 약 13조원). 지난해 싱가포르 부호 7위이자 열렬한 축구 팬인 포레스트 리 회장(43)이 올리 장쑤 감독, 유럽의 유명감독을 마다하고 직접 김 감독 영입을 희망했다.
김 감독은 "구단주는 열린 사고를 하는 혁신적인 분이다. 호날두를 좋아한다고 하시더라. 축구에 관심을 갖고 비전을 갖고 진정성 있게 투자하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2034년 동남아월드컵 유치를 위해 준비한다'는 팀의 장기 비전을 보고 행선지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선 ACL 우승 감독이 싱가포르리그에 온다는 점이 부각됐다. 오직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히딩크 감독님이 우리나라에 와서 많은 발전을 이끌어주신 것처럼 싱가포르 축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한국축구 지도자로서 동남아에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간다"고 했다.
이번에도 목표는 리그 우승이다. "라이언시티가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그게 1차적 목표다. 작년 리그 3위팀 자격으로 AFC컵도 나간다. 그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장기적으로는 ACL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며 눈을 빛냈다. 'ACL에서 울산 현대와 만날 날'을 언급하자 김 감독은 "좋은 기회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 당장 이긴다기보다 싱가포르 팀으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박항서 감독님이 베트남에서, 신태용 감독님이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지도자의 위상을 올려놓았듯이 저도 싱가포르에서 한국축구에 일조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국나이 52세, '레전드' 김도훈이 또다시 거침없는 도전에 나선다. 울산에서 4년간 리그 준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역대 울산 감독 중 최고의 성적을 내고도 리그 우승을 번번이 놓치며 뜨거운 비난에 휩싸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전한 마지막 승부, ACL에서 즐기는 '행복축구'로 아시아 챔피언의 기적을 쓴 그가 새 도전을 앞두고 팬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또렷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항상 축구는 절대적이다.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지도자들이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점만큼은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박수 보내주고 성원해 주시면 좋겠다. 울산 현대에서 많은 걸 얻었고, 많은 경험을 쌓았다. 52세에 이제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다시 첫 도전을 시작한다.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어찌 보면 항상 도전을 이어왔다. 매번 실패할 수도 있고, 부담도 따르지만 성공을 위해 과정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더라. 울산에서 마지막까지 다함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덕분에 ACL 우승이라는 성공도 찾아왔다. 그 도전의 과정이 축구하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 ACL 우승 과정에서 '행복축구'에 대해 느낀 바가 크다. 즐기면서 결과를 만들어낸 우리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선수들의 행복축구, 그 과정과 결과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싱가포르에서도 그렇게 '행복축구' 하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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