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까지? 맙소사!" 오타니, '부정투구' 검사에도 색다른 대처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맛살을 찌푸린 채 양팔을 벌린 투수, 글러브와 모자는 물론 벨트까지 풀어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심판. 메이저리그(MLB)에서 시행중인 부정투구(이물질) 검사의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달랐다.
MLB 사무국의 갑작스런 부정투구 단속에 게릿 콜(뉴욕 양키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은 한마디씩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빛나는 커리어 전반에 대한 의심처럼 느껴지는데다, 경기 도중 루틴이 깨지기 때문이다. 상대팀 감독이 투수의 흐름을 끊기 위해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슈어저는 조 지라디 필라델피아 필리스 감독과 그라운드 위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타일러 글래스노우(탬파베이 레이스)처럼 그간의 이물질 사용을 시인하며 공인구 변경 및 개선을 요구하는 선수도 있다.
빅리그 역사에 남을 '이도류'의 해를 보내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어떨까. 오타니는 최고 160㎞의 직구와 커터, 슬라이더, 포크볼까지 구사한다. 올시즌 3승1패 평균자책점 2점대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부정투구' 검사를 피해갈 수는 없다.
오타니는 24일(한국시각) 미국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전에 2번 타자 겸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이날 경기는 인터리그(양대리그 팀의 교류전) 역사상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팀이 지명타자를 쓰고, 아메리칸리그 팀이 지명타자를 쓰지 않은' 경기로 MLB 역사에 기록됐다.
이날은 오타니의 올시즌 11번째 선발등판이었다. MLB 데뷔 이래 투수로서 최다 경기였다. 오타니는 데뷔 시즌이던 2017년 10경기 만에 부상으로 이탈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의 오타니는 달랐다. 6이닝 동안 6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QS)를 기록했다. 삼진도 9개를 잡아내며 여전한 구위를 뽐냈다. 하지만 에인절스가 연장 접전 끝에 패하면서 노디시전에 그쳤다. 타석에서도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더욱 시선을 모은 것은 부정투구 검사에 대처하는 오타니의 태도였다. 이날 오타니는 2회와 4회, 두 차례 부정투구 검사를 받았다.
오타니는 심판이 마운드에 오르자 미리 예습해온 것마냥 모자와 글러브를 심판에게 척척 건넸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어진 '벨트를 풀어보라'는 심판의 요구에 깜짝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오타니의 웃음에 전염된 건지, 심판진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오타니는 마운드를 내려가면서까지 심판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색다른 광경을 연출했다. NBC스포츠는 '전날 슈어저와 달리 오타니는 부정투구 검사를 즐기는 것 같았다.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했다'고 표현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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