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투수가 당황해하며 양 팔을 벌린다. 주심은 선발투수의 글러브 속 이물질을 검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최근 이물질 검사가 강화된 메이저리그(MLB)의 한 장면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앤더슨 프랑코(29)에게 벌어진 일이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수비를 앞두고 홍원기 키움 감독의 항의가 있었다. 프랑코의 글러브를 검사해달라는 주장. 더그아웃의 홍 감독은 프랑코가 사용한 공을 가져와 만지작거기기도 했다.
프랑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영재 주심을 향해 양팔을 벌려보였다. 6월 2일 키움 전, 6월 24일 NC 다이노스 전에 이어 올해 3번째 부정투구 검사였다.
첫번째 논란 당시 홍 감독은 프랑코가 상의를 만지는 동작을 지적했다. 프랑코는 '옷 매무새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해명하며 동작을 고쳤다.
두번째 논란 당시 이동욱 감독은 프랑코의 글러브 이물질을 지적했다. 주심의 검사 결과 해당 물질은 로진 가루였다. 다만 주심은 프랑코에게 '글러브에 로진을 뿌리지 말라'고 지적했다. 롯데 측은 프랑코가 로진을 갖고 내려오면서 글러브에 넣었던 거라고 해명했다.
3번째 부정투구 논란. 키움 측에 따르면 홍 감독의 정확한 요청은 '프랑코의 글러브 속과 공에 묻은 이물질을 검사해달라'였다. 이동욱 NC 감독과 같은 이슈다. 검사 결과 이번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MLB 부정투구의 경우 글러브는 물론 유니폼, 피부, 벨트, 모자 등 다양한 부위에 파인타르 등 끈끈한 물질을 묻혀놨다가 공을 던지기 전에 손가락에 묻혀 사용한다. 프랑코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프랑코는 자신의 손목 등 피부를 문질러보이며 '이물질이 없다'는 뜻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평소 조용한 성격인 프랑코의 멘털은 뜻하지 않은 지적에 흔들렸다. 8번타자 김재현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던 프랑코는 김휘집 서건창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고, 김혜성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그러자 롯데 측도 '맞불'에 나섰다. 4회초 공격을 앞두고 키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을 향해 똑같은 항의에 나선 것.
발끈한 브리검은 주심에게 이물질 검사를 요청하는 최 현 감독 대행을 향해 몇마디 쏘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 대행은 침착하게 '내겐 항의할 권리가 있다'는 뜻을 표했고, 브리검도 이내 납득했다. 브리검은 모자까지 벗어보이며 이물질 검사에 임했고, 역시 '문제없음' 결론을 받았다. 브리검은 검사 후에도 불꽃같은 직구를 뿌리며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브리검은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반면 프랑코는 5⅔이닝 동안 2실점으로 역투했지만, 7~8회 롯데 불펜이 급격히 무너지며 11점을 내준 결과 패전 투수가 확정됐다. 프랑코로선 부정투구 논란 직후 내준 1점이 여러모로 아쉽게 됐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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