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 김지연, 올림픽 출전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승자입니다."
'미녀 펜서' 김지연의 남편, 배우 겸 캐스터 이동진이 21일 도쿄올림픽 도전에 나선 아내를 향해 애틋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은 여자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도쿄로 출국하는 날이었다. 이날 새벽까지 e스포츠 중계를 했던 이동진은 밤을 꼬박 샌 후 날이 밝기가 무섭게 공항으로 달려갔다. 아내가 애지중지하는 강아지 '양이'와 함께였다. 남편의 예기치 못한 등장에 김지연이 깜짝 놀랐다. 코로나로 인해 진천선수촌의 외출, 외박, 면회가 모두 중단된 상황, 마지막 병원 검진 때 동행한 이후 무려 한달 반만의 부부 상봉이었다. 건강을 위한 홍삼, 지친 발을 쉬게해주는 패치를 건넸다. "다치지 말고, 재미있게 즐기고 와라. 부상관리 잘하라"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남편의 마음이 짠했다.
지난해 2월 김지연은 선수 커리어 일생일대의 시련을 겪었다. 도쿄올림픽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왼발목 아킬레스건이 완전파열됐다. 재활기간 1년,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말은 청천벽력 '사형선고'였다. 2월 19일 수술을 마치고 나온 아내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 펑펑 눈물을 쏟는 곁에서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손을 잡아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여자 펜싱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은 강했다. 수술 이튿날부터 침상에 밴드를 묶고 재활 운동을 시작했다. 이동진은 "올림픽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일단 무조건 해보자고 했다. 하다가 다시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면 그땐 어쩔 수 없이 포기하자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무모하고 혹독한 재활이 시작됐다. 한없이 다정했던 남편 이동진이 '악마조교'를 자청했다. 폭풍재활이 이어졌다. 때로는 트레이너로 때로는 멘탈코치로 아내 곁을 든든하게 지켰다. 우울한 아내를 위해 강아지 '양이'도 데려왔다. 가장 힘든 시간이었지만, 가장 감사한 시간이었다. 2017년 10월 29일, 3년여의 열애끝에 웨딩마치를 울린 이 청춘남녀가 결혼 후 가장 오래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8월13일, 수술 후 6개월만에 다시 선 피스트, 대통령배 펜싱선수권 개인전서 김지연은 다시 기적처럼 정상에 섰다. "나 1등 했다!" 수화기 너머 신이 난 아내에게 이동진은 애써 무심하게 말했다. "아직 대회 안끝났어. 까불다 또 다친다. 내일 단체전 있잖아." 아내가 기쁨에 들떠 혹시나 또 다칠까 노파심에 기쁜 마음을 애써 숨겼다. 김지연은 이튿날 단체전에서도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이동진은 미안한 마음에 밤새 컴퓨터 앞에 앉았다. 수술 이후 6개월, 눈물 겨웠던 재활의 기록을 영상으로 편집해 아내에게 보냈고, 아내는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아킬레스건이 다시 끊어진대도 도전할 만큼 간절했던 도쿄올림픽이 마침내 시작된다. 여자사브르대표팀은 26일 개인전, 31일 단체전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이동진은 21일 아내를 도쿄로 떠나보낸 후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세상의 모든 올림피언은 위대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 도전하는 선수들은 더욱더 위대한 선수들이다. 힘든 준비과정을 이겨낸 모든 선수들이 메달리스트"라고 했다. "한국나이 서른넷, 마지막 올림픽이다.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오면 된다. 사랑한다! 내 아내 김지연, 올림픽 출전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승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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