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어, 여기 태극기가 이상한데요?"
24일,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단체전이 펼쳐진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양궁장.
대한민국 양궁의 자랑스러운 '천재 막내' 안 산(20)과 김제덕(17)이 혼성전 금메달을 합작하며 금빛 레이스의 시작을 알렸다. 두 선수는 경기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공식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가장 먼저 프레스센터에 들어선 김제덕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좌석을 찾아 나섰다. 그의 자리는 기자회견장 정중앙에 위치한 '올림픽 챔피언'의 좌석. 하지만 이름표를 발견한 김제덕은 자리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 마디 했다. "어, 여기 태극기가 이상한데요?"
상황은 이랬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메달리스트들의 자리에 이름표를 만들어뒀다. 선수와 미디어가 동시에 이름을 찾을 수 있도록 앞뒤에 이름을 프린트해뒀다. 이름 옆에는 선수의 국적을 알 수 있도록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미디어가 보는 쪽의 국기와 이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김제덕이 바라보는 쪽 태극기는 건곤감리와 태극무늬 모두 반대로 프린트 돼 있었다. 김제덕은 자리에 앉기도 전, 멀찍이서 태극기의 잘못된 상태를 지적했다. 그야말로 '찐'애국소년의 면모였다.
김제덕은 이날 경기 내내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긴장이 될 때마다 '코리아 파이팅'을 소리쳤다. 코리아의 기운을 받은 김제덕은 한국의 첫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이날 김제덕은 한국 양궁의 자존심만 지킨 것이 아니다. 자칫 '멍든데이'로 추락할 뻔했던 한국의 '골든데이'를 구해낸 영웅이다. 한국은 24일 최대 6개의 금메달을 예상했다. 양궁을 비롯해 태권도, 펜싱 등 '효자종목'이 동시 출격하며 기대감을 키운 것. 하지만 한국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울며 주춤했다. 펜싱, 태권도, 사격의 에이스들이 줄줄이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제덕이 금메달을 명중하며 한국의 금맥을 뚫었다.
김제덕은 이날 경기장 밖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혼성전 기자회견 내내 '안 산 누나 가이드'를 자청했다. 김제덕은 기자회견에서 안 산이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안 산에게 질문이 올 때마다 재빨리 손을 뻗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김제덕은 "이게 매너"라며 활짝 웃었다. 안 산은 "김제덕이 파이팅을 해서 함께 힘이 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사실 국가대표 김제덕. 어딘가 낯선 이름이었다. 동시에 매우 익숙하기도 했다. 그는 양궁인들 사이에서 일찍이 '천재'로 불렸다. 올림픽 전에도 "활을 참 잘 쏘는 선수"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다만, 성인 무대 경험이 매우 적었다. 올림픽도 처음이었다. 일각에서는 '경험 부족' 물음표가 붙었다.
기우에 불과했다. 김제덕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펄펄 날았다. 23일 열린 랭킹 라운드에서 72발 총합 688점을 쏘며 전체 1등을 차지했다. 오진혁과 김우진을 제치고 혼성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는 혼성전에서도 대담한 플레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개막 기준으로 만 17세3개월. 그는 한국 남자 양궁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혼성전을 앞두고 꿈에 여러 마리의 뱀이 나왔다는 김제덕. 그는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을 향해 다시 달린다. 김제덕은 26일 남자 단체전, 31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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