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5일 잠실 LG-삼성전.
특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현수의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든 LG의 6회말 공격.
1사 2,3루에서 삼성 벤치는 LG 5번 유강남을 고의 4구로 걸렀다. 삼성의 선택은 저스틴 보어였다.
토종 선수를 거르고 외인 타자와 승부하는 아이러니. 주목 받을 만 했다 .
얼핏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보어는 아직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중이기 때문이다.
5경기 무안타 행진 중인 외인 타자. 타율은 8푼6리였다. 삼진이나 병살타를 기대할 만한 상황.
하지만 삼성의 선택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보어의 일발장타력 때문이었다.
이미 첫 타석에서 큼직한 파울타구를 날리며 무력시위를 했던 터. 보어의 한방이면 게임은 끝이었다. 신중하게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2B1S 배팅 찬스가 만들어졌다. 보어가 131㎞ 투심을 우익수쪽 라인드라이브성 희생타로 연결했다. 3-2 역전에 성공하는 순간.
비록 역전을 허용했지만 삼성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토종을 거르고 외인과의 승부. 별나 보였지만 단지 보어가 슬럼프라는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다.
유강남과의 승부를 어떻게든 피하는 데 방점이 찍힌 선택이었다. 정면 승부하기엔 너무나도 위험한 상대였기 때문이다. 후속 타자가 보어가 아닌 다른 타자였더라도 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유강남은 '백정현 킬러'다.
LG타자들 중 백정현에게 가장 강한 선수.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3년 간 24타수11안타(0,458)로 무려 5할 가까운 타율을 보였다. 안타의 내용도 심상치 않다. 11개의 안타도 중 절반에 가까운 5개가 홈런, 4개는 2루타였다. 단타는 단 2개 뿐이었다. 장타율이 10할을 훌쩍 넘는다.
이날 전격 5번 타순에 전진 배치된 이유였다.
실제 유강남 효과가 있었다.
백정현 강민호 배터리는 5번 유강남과의 승부를 의식해 4번 김현수와 적극적 승부를 펼치다 동점타 포함, 2안타를 허용하기도 했다. 직전 두 타석에 범타로 물러났지만 유강남 스윙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를 보냈다.
2-2 동점이던 6회 1사 2,3루에서 '천적' 유강남과 상대하기에는 백정현의 부담이 워낙 컸다.
유강남 덕분에 보어에게 빅 찬스가 걸렸다. 결승타점이 될 뻔 했던 희생플라이로 보어가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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