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까 저쪽에서 김시진 (전)감독님을 만났지. 내가 원년부터 40년 삼성 팬이오."
'코로나19 겨울'에 시달려온 KBO리그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KBO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중인 지자체에 한해 30%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야구팬들이 갈증을 풀 수 있게 됐다. 7일 기준 대구 창원 광주 사직 대전 구장에 관중 입장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전파에 대한 우려, 어느덧 익숙해진 TV 시청,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올여름 우천 취소, 직관과 함께 줄어든 야구에 대한 관심까지. 30%로 제한된 객석을 채우는 일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6년만에 모처럼 가을야구를 정조준한 삼성 라이온즈 팬덤의 열기는 비교적 뜨거운 편. 삼성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는 4000명이 넘는 팬들이 찾아오셨다. 오늘은 비도 오락가락하고 해서 예매자가 1000명 조금 넘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이후 객석에서는 음식 섭취가 금지돼있다. 치킨 등 음식을 먹으려면 별도의 취식 공간으로 가야한다. 육성 응원도 원칙적으로 금지다. 마스크 착용은 당연히 필수.
때문에 요즘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찐야구팬'이다. 직관의 최대 장점이었던 응원문화, 그리고 쏟아낸 에너지만큼의 '폭풍 섭취'를 하기 어려운 환경. 정말로 '사랑하는 야구'를 보러온 사람들이다.
그래도 대구와 창원 등 신식 야구장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취식 공간에서 그라운드에 이르는 시야가 뻥 트여있기 때문. 객석 뒤쪽 복도에 설치된 취식대 앞에 서서 음식을 먹으면서도 야구 현장을 보고 즐길 수 있다. 앰프에서 터져나오는 응원가에 맞춰 춤을 추고 작게나마 선수의 이름을 외쳐보기도 한다. 반면 잠실 사직 등 오래된 경기장들의 취식 공간에선 야구를 볼 수 없다. TV 모니터라도 보이는 자리면 다행이다. 보통은 스마트폰으로 야구를 들여다봐야한다.
서울과 수도권에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를 접하기 위해 관중석을 찾았다. 이만수 장효조부터 양준혁 이승엽을 거쳐 오승환 강민호 구자욱 박해민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40년 역사를 빛낸 이름들이 유니폼에 새겨진 채 스탠드를 빛내고 있었다. 원태인 이승현 등 비교적 젊은 선수들의 이름도 자주 눈에 띄었다.
47번 유니폼을 입고 현장을 찾은 박종훈씨(27)는 올해 2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다른 구장은 가본 적 없지만, 그래도 홈경기는 코로나 전엔 거의 전경기 다 왔었다"는 박씨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취식대에서 만난 그는 "먹는게 좀 불편하다고 직관을 포기할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야구 원년 팬을 자처하는 예병규씨(60)는 기분좋게 붉어진 얼굴로 인터뷰에 임했다. 독특한 성 덕분에 몇몇 구단 관계자들도 기억하는 라이온즈파크 시즌권 구매자다. 아내와 딸의 삼성사랑도 열렬한 말그대로 '야구 가족'. 이날은 시즌석 대신 스카이박스에서 온 가족이 함께 야구를 즐겼다.
이날은 2011년 9월 7일 세상을 떠난 삼성 레전드 고 장효조의 10주기였다. 예씨의 유니폼에 새겨진 '장효조 10'이 유독 눈에 띈 이유다.
"오늘 장효조 10주기라 이걸 입고 왔지. 난 원년부터 삼성 팬이오. 근데 이만수보단 장효조가 쪼까 더 좋더라고."
알고보니 예씨는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예진원(23)의 삼촌이었다. 예씨는 "조카는 키움에서 뛰지만, 나는 정통 삼성팬이다. 앞으로도 삼성을 응원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다른 삼성 레전드 김시진 전 감독과도 방금 마주쳤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김 전 감독은 이날 KBO 경기감독관으로 대구를 찾았다.
여대생 김소정씨(21)의 유니폼에는 46번이 새겨져있었다. 그는 "(원태인이)올해 다승왕 할 것 같은데, 삼성은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냐"고 기자에게 물으며 뜨거운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 미남계의 터줏대감은 구자욱이다. 하지만 김씨는 "요즘 삼성 여자팬들 사이에는 원태인이 제일 인기 많다. 2위는 강민호다. 남자들은 이해 못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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