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LG트윈스 유광점퍼가 우스개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다. '굿즈는 예쁘지만 쓸 일이 없다(가을야구에 못간다)'는 놀림과 자학이었다.
이제 LG는 올해로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달성했다. 당당하게 유광점퍼를 입을 수 있는 팀이 됐다.
여기에 '신인 3총사(류지현 김재현 서용빈)'가 우승을 이끈 1994년 이후 27년만의 우승을 꿈꾼다. 공교롭게도 사령탑은 그 3총사의 일원이자 27년간 선수와 코치를 거쳐 이제 감독으로 LG에만 헌신해온 원클럽맨이다.
마지막 운명이 결정될 단 하루. LG는 30일 롯데자이언츠와 올시즌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에이스 켈리는 건재했지만, 수아레즈는 수차례 병원을 들락거렸다. 믿었던 라모스는 퇴출해야했고, 보어의 몸상태는 수준 이하였다. 포스트시즌에도 굳이 기용해야하는지 고민될 지경이다.
그래도 LG는 강하다. LG는 이번 부산 2연전을 모두 승리하고, 삼성라이온즈와 KT위즈가 모두 1무1패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정규시즌 우승의 비원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오늘 내일은 모든 것을 걸고 집중하는 경기를 하겠다"며 총력전과 더불어 진인사대천명을 기원했다. 그런데 첫날 LG는 이겼고, 삼성과 KT는 무승부도 아닌 '패'를 기록했다.
류 감독의 판단은 남달리 과감했다. 1회 리드오프 홍창기가 안타로 출루하자 곧바로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뒤이은 '캡틴' 김현수의 적시타로 손쉽게 선취점.
선발투수 임찬규는 1-0으로 앞선 5회 2사에서 내렸다. 임찬규로선 6월 22일 이후 무려 129일만의 승리투수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겨둔 상황. 하지만 2사 만루의 위기였다. 사령탑은 주저함 없이 이정용을 올려 위기를 막아냈다.
4-1로 앞선 6회에는 주저없이 필승조 정우영을 올렸다. 김민수의 적시타로 1점을 내줬고, 이어진 2사 1,2루의 위기인데다 대타로 이대호가 등장했기 때문. 정우영은 기대대로 이대호를 잡아냈고, 멀티이닝(2이닝)을 소화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고우석 역시 예정보다 빠른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랐다. 평소의 류 감독이라면 전날 한화전에도 던진 고우석에게 이런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이날만은 달랐다. 정우영도 고우석도 사령탑의 기대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대타로 나선 베테랑 안치홍과 정훈도 깔끔하게 막아내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LG는 1994년 이후 27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쥘 수 있다. 이날 사직구장 3루석에는 제법 많은 LG팬들이 운집했다. 이들은 유광점퍼를 입고, LG 깃발을 휘두르며 또한번의 기적을 염원했다.
어느덧 LG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홍창기조차 "경기 끝나고 우선 NC(삼성) 경기를 봤다"고 말할 만큼, 선수들의 마음도 팬들 못지 않게 하나로 뭉쳤다.
기적의 끝자락은 잡았다. 이제 기도할 때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을 가장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이순간 바로 LG팬들이 아닐까.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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