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에이스 예우를 따질 때가 아니다. 따뜻한 미소 대신 냉혹한 승부사로 돌변했다.
KT 위즈가 한국시리즈 3연승을 내달리며 창단 첫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 선봉에는 오답노트를 되새긴 이강철 감독의 달라진 경기 운영이 있다. 초보 감독의 조급함도, 큰 경기 약점도 사라졌다.
KT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데스파이네의 5⅔이닝 무실점 역투와 노장 박경수의 결승포를 앞세워 3대1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이강철 감독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를 이끌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언더독' 두산에 완패했다. 지친 불펜을 우려해 소형준과 쿠에바스를 불펜으로 돌린 선택이 결정적 패착이 됐다.
올해 한국야구에 더 익숙해진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 1년 더 경험을 쌓은 소형준과 배제성은 한층 안정감이 붙었다. 올해는 달랐다. 실질적 에이스 고영표의 불펜 전환은 다급함이 아닌 여유와 자신감이었다.
데스파이네는 한국시리즈 들어 쿠에바스와 소형준에 이은 3선발로 밀렸다. 4일 로테이션을 즐기던 데스파이네에겐 생경한 19일만의 선발 출격. 경기전 이강철 KT 감독은 "개막전 때는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안 좋다 싶으면 바로 중간투수, 승기가 잡히면 고영표를 낼 것"이라며 은근한 속내를 드러냈다. "쿠에바스가 잘 던지니 (데스파이네의)얼굴이 안 좋더라"는 뼈있는 말도 던졌다.
위기감을 느낀 걸까. 이날 데스파이네는 최고 154㎞에 달하는 투심과 묵직한 직구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평균자책점 2점대를 질주하던 시즌초를 보는 듯 했다. 2사 1,2루를 실점없이 막은 2회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위기 없이 6회까지 내달렸다.
그리고 찾아온 단한번의 위기. 6회 박경수가 또한번의 슈퍼캐치를 선보였지만, 정수빈의 안타와 페르난데스의 볼넷으로 2사 1,2루가 됐다.
데스파이네의 투구수는 불과 69구. 이날 2안타 2볼넷 무실점의 호투중이었다. 하지만 1점차의 살얼음 리드 상황. 또한 올시즌 김재환은 데스파이네를 상대로 9타수 5안타(홈런 1) 1볼넷일 만큼 강했다.
이 감독은 공언한대로 즉각 투수를 바꿨다. '김재환 저격수' 조현우가 출격했다.
조현우는 이번 한국시리즈에 철저하게 김재환을 노리고 등판한다. 1차전 8회 좌익수 뜬공, 2차전 8회 삼진으로 김재환을 막아냈었다. 이날도 여지없이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KT는 7회 2점을 더 추가하며 확실한 승리를 잡았고, 예정대로 7~8회는 고영표, 9회는 마무리 김재윤이 등판해 승리를 지켜냈다. 이 감독의 승부수가 또한번 들어맞은 것.
이강철 감독은 KT 부임전 두산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하며 두산의 황금기를 함께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특유의 뚝심과 신뢰를 앞세워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지만, '독해진 강철 리더십'이란 벽에 부딪혔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6번의 한국시리즈에서 3승3패를 기록중이다. 2016년 NC 다이노스, 2019년 키움 히어로즈 상대로 4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없었던 4연패의 위기. 말그대로 '벼랑 끝'에 몰렸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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