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오스카를 품에 안고 금의환향한 배우 윤여정의 첫 선택은 고민 없이 청룡영화상이었다. 한국 배우, 그리고 한국 콘텐츠의 자부심을 높인 '대배우' 윤여정은 한국 영화가 유독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던 2021년, 긍지와 위로, 그리고 포기하지 않게 하는 용기의 힘을 불어넣으며 영화상의 품격을 높였다.
윤여정은 지난 26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 2부 오프닝 프리젠터로 등장했다. 지난 4월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의 독립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로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국내 공식 석상에 참석한 그는 지춘희 디자이너의 진한 청록빛 롱 벨벳 드레스로 우아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무대를 압도했다.
청룡영화상을 찾은 후배 배우들, 그리고 영화인들 모두 너나할 것 없이 대동단결해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내며 선배 윤여정을 맞이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평소 권위적인 모습을 지양한다는 윤여정은 이날도 역시나 "내가 무슨 클래식 연주자도 아니고 기립박수까지 보내느냐. 하지 마라. 앉아도 된다"며 후배들의 환대에 손사래를 쳤다.
또한 스스로 '노배우 윤여정'이라 낮춘 그는 "주로 TV일을 많이 했는데 지금 보니 영화도 쫀쫀히 했다. 여기 설 자격이 있어서 다행이다"고 특유의 위트를 보였다. 이어 "내가 어느덧 바라볼것보다 돌아볼 것이 많은 나이가 됐다. 그래도 또 돌아보게 해준다. 올 한해 나는 어리둥절한 한해를 보냈다"며 "몇주전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기자가 '한국 대중예술이 갑자기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를 아느냐'고 묻더라. '기생충' 'BTS' '오징어게임' 등.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늘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가 있었다. 단지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 갑자기 주목할 뿐이다'고 대답했다. 내 말에 책임을 지게 해주셔야 한다. 바라볼 게 많은 여러분이 좋은 이야기들, 많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눴으면 좋겠다. 그게 내 바람이다"고 충무로 어른으로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수상 이후 전 국민적인 축하를 받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윤여정은 "그동안 너무 응원해주시고 감사해서 인사 드리러 나왔다. 여러분 너무 감사했다"며 "특히 평창동 주민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집에 도착했을 때 동네 어귀에 평창동 주민이 '자랑스러운 우리 동네 윤여정'으로 플래카드를 걸어줬다. 그걸 보면서 굉장히 뭉클했고 조국의 품에 안긴 기분을 느꼈다. '이제 영어를 안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지금도 우리말로 하니까 너무 좋다. 못 하는 영어를 하느라 힘들었다. 그래서 세종대왕께도 감사하다. 우리말, 한글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센스있는 오프닝 무대를 완성했다.
윤여정의 모두 발언은 한국인, 그리고 한국 영화인들에게 자부심을 선사한 위로와 용기의 말이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낸 모두에게 큰 힘을 안긴, 진짜 멋진 어른 윤여정의 격조있는 조언이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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