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오재일(36)은 몸이 성치 않다.
오른쪽 어깨 통증이 남아있다. 지난 주말 롯데와의 홈 3연전 내내 벤치를 지키다 31일 3차전에 대타로 출전했다.
4-5 역전을 허용한 9회초 1사 후 이원석의 대타로 타석에 섰다.
스윙 후 어깨에 여전히 통증이 남은 듯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나균안의 4구째 포크볼을 당겨 우익선상에 떨어뜨렸다. 렉스가 빠르게 캐치해 2루로 뿌렸다.
오재일은 작심한 듯 주저 없이 2루로 내달렸다. 발이 빠르지 않은 오재일로선 아슬아슬한 타이밍. 어깨 통증 탓에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 판정을 받아냈다. 롯데 측 비디오 판독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반드시 스코어링 포지션을 만들어 동점주자가 돼야 한다는 투혼이 만들어낸 2루타. 평소 발이 느린 오재일은 펜스를 맞히는 장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2루를 포기하기 일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성치 않은 몸으로 악착 같은 주루플레이로 2루를 점령했다.
"치자마자 무조건 2루를 가야지 되겠다 생각하고 그냥 열심히 뛰었어요."
오재일의 헌신. 여파는 컸다.
김태군이 대타로 나섰고, 좌익선상 적시 2루타로 전력질주 후 숨이 턱까지 찼던 오재일을 편안하게 홈으로 불러들였다. 오재일 덕분에 삼성은 연장승부 끝에 5대5 무승부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이 경기가 삼성 허삼영 감독의 마지막 게임이 됐다. 휴식일인 1일 자진사퇴를 했고,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르게 됐다. 2일 우천 취소된 두산 전에 앞서 2군으로 내려간 김헌곤 대신 새로운 캡틴 중책도 맡았다.
"마음이 아팠죠. 어쨌든 선수들이 못해서 책임을 지신 거니까요. 마음이 그렇지만 그래도 저희는 계속 야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 좋은 모습을 좀 보여드리는 게 보답하는 길 같아요."
남은 50경기. 새 주장은 고참의 솔선수범, 그리고 모든 선수들의 최선을 강조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고 여기 28명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하루하루 뭔가 얻어가는 날이 있게끔 매일 하루씩 조금씩 좋아지게끔 그렇게 하다 보면 올 시즌 끝나고 내년 시즌 돌입할 때 더 강팀이 되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저와 고참 선수들이 먼저 한 발 더 뛰고, 앞장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파이팅 한 번 더 내면 후배들이 잘 따라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재일은 먼저 한발 더 뛰는 그런 솔선수범 선배였다. 허삼영 감독의 고별전에서 보여준 투혼의 질주. 이제는 후배와 동료들이 응답할 차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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