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SSG 랜더스의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한때 투피치의 대표적인 투수였다.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130㎞대의 슬라이더 두 구종으로 KBO리그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데뷔 2년째였던 2008년 직구 슬라이더만으로도 MVP에 올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투피치만으론 쉽지 않았다. 2014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모했지만 기대한 액수가 나오지 않아 국내에 남았다. 당시에도 투피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통하지 않는다는 시선이 있었다. 그리고 김광현은 피나는 노력으로 세번째, 네번째 구종을 가다듬었고, 체인지업과 커브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2020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포스트시즌까지 경험하며 톱클래스 투수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올시즌 다시 돌아온 KBO리그에서 김광현은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그 실력을 팬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김광현은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서 5이닝 동안 2실점하며 시즌 10승을 거뒀다. 통산 10번째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해 역대 2위가 됐다. 통산 146승은 '국보'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타이 기록이다. 역대 통산 승리 공동 5위.
이날 김광현의 피치 디자인을 보면 꽤 인상적이다. 최고 149㎞를 찍은 직구를 26개만 던졌다. 체인지업이 직구보다 많은 29개였고, 슬라이더도 27개를 뿌렸다. 앤서니 알포드의 방망이를 헛돌게한 커브도 11개를 기록. 4가지 구종을 매우 적절하게 섞어서 던졌다. 이미 투피치 이미지를 없앴지만 갈수록 완숙미를 보이고 있는 것.
김광현 같은 강속구 투수는 직구 비율이 50%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광현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을 상황에 맞게 선택해 적절하게 쓰고 있는 것.
김광현은 직구 비율이 낮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직구 25%, 슬라이더 25%, 커브 25%, 체인지업 25% 이렇게 던지고 싶다. 그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이 다 다른 구종이라 변화구라고 하나로 묶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구를 많이 던져서 홈런 맞고 점수를 많이 주면 무용지물이지 않나"라면서 "상황마다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결과를 얻어야 한다"라며 정형화된 직구-변화구 비중보다 상황에 맞는 구종 선택을 강조했다.
직구를 많이 던지는 것이 아무래도 체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직구 비율을 낮추고 변화구 비율을 높이는 것이 조금 더 오랜 이닝을 소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김광현은 "이제 나도 적은 나이는 아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매번 100%로 던질 수는 없다"면서 "어릴 때도 초반에 100%로 던지다가 후반에 힘이 떨어져 많이 맞기도 했다. 그래서 힘조절이 필요하고 변화구 구사율, 변화구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지론을 말했다.
김광현의 직구 비율이 낮다고 직구가 자신 없어서가 아니다. 상대 타자를 잡기 위해 선택한 구종이 직구가 아니었을 뿐이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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