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천적 중의 천적. 하지만 이번에는 원태인의 완승이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의 천적 중 한명은 KIA 타이거즈 박동원이다. 박동원은 원태인을 상대로 무척이나 강했다. 원태인이 프로에 데뷔한 이후부터 통산 상대 성적이 17타수 11안타 타율 6할4푼7리 4홈런 7타점 OPS 2.164에 이른다. KIA로 이적한 올 시즌 성적은 평균을 뛰어 넘는다. 올 시즌 앞선 대결에서 7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으로 OPS 2.036을 기록했다.
원태인도, 박동원도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KIA는 원태인이 선발 등판한 12일 대구 경기에서 박동원을 선발 포수로 내세웠다. 타순은 8번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박동원이 원태인을 상대로 워낙 강하지만, 그렇다고 타순을 조정하거나 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원래 하던 타순을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태인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번에는 박동원의 완패였다. 원태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박동원만큼은 잡아내며 전적 3타수 무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2회초 1사 1,2루 득점권 찬스 상황에서 박동원이 초구 147km 직구를 건드렸지만 허무하게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히면서 시작부터 꼬였다. 이어진 3회초 나성범의 적시타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희생플라이 타점, 김선빈의 적시타로 KIA가 분위기를 끌어올리던 순간. 2사 2,3루 절체절명의 찬스가 다시 박동원을 향했다. 박동원이 안타 하나만 치면 최소 동점, 혹은 역전까지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원태인은 이번에는 변화구로 박동원의 스윙을 유도했고, 또다시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히면서 이닝이 끝나고 말았다. 원태인을 상대로 자신이 있는 박동원도 마음이 급한지 스윙이 빨리 나오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
마지막 맞대결은 5회초. 이번에도 1사 1,3루 찬스가 잔인하게도 박동원을 향했다. 박동원은 2루수 앞 땅볼을 기록했고, 그사이 3루주자 최형우가 득점을 올려 1타점은 올렸다. 하지만 1루주자 김선빈이 2루에서 아웃되면서 간신히 병살타를 모면했다. 만족하기엔 아쉬웠다. 초반 숱한 득점권 찬스를 놓친 KIA는 결국 1점 차 패배를 당했고, 삼성은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이날 원태인의 성적은 5이닝 10안타 3탈삼진 1볼넷 4실점. 상대 '에이스' 투수 양현종과의 승부에서 판정승을 거뒀고, 팀도 이겼으며 천적 박동원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원태인이 여러모로 기분 좋은 승리였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었다.
경기 후 원태인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는 못한 투구다. 그래도 팀이 이기고 있어서 적어도 리드는 뺏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 하나 좋은 점을 뽑자면 위기 상황 때마다 박동원 선배님과 마주쳤는데, 실점 없이 잘 막았던 것 하나 있는 것 같다"며 킬러와의 승부에 있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태인은 또 "데뷔 이후 4점 이상 실점하고 승리 투수가 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뭔가 좋은 기운이 있나보다. 오늘 안좋았던 점은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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