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안타 하나에 1루에서 홈까지 내달렸다. 포수의 태그를 피하는 감각적인 슬라이딩과 유연성도 대선배 못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한태양(20)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2일 키움 히어로즈전 9회, 이대호의 우익수 앞 느린 안타 때 1루에서 홈으로 파고드는 폭풍 질주를 선보였다.
13일 만난 한태양은 "사실 타석에서 번트를 실패한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뛰었죠"라며 민망해했다. 한태양의 베이스러닝에 대해 해설진은 첫 스타트부터 마지막 슬라이딩까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딱 하는 순간 바로 안타 코스라 타구는 보지도 않았어요. 우익수가 (야시엘)푸이그다 그런 생각도 못했고요. 그냥 김평호 (3루)코치님만 보면서 뛰었습니다. 팔 돌리시길래 홈까지 달렸죠."
키움의 우익수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던 강견의 소유자. 푸이그의 송구가 한태양보다 한박자 먼저 홈에 도달했다. 하지만 약간 왼쪽으로 치우쳤고, 한태양은 그라운드 안쪽으로 몸을 던지며 오른 다리를 뻗어 홈플레이트를 긁었다.
마침 안타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이대호였다. 한태양이 이대호에게 공짜 타점 하나를 안겨준 셈. 한태양은 "선배님이 한마디 하실줄 알았는데…열마디 말보다 많은 의미가 담긴 하이파이브가 가슴에 와닿았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냥 들어가면 무조건 아웃이다, 좀 늦었다 생각해서 홈플레이트 오른쪽으로 슬라이딩하려고 했는데, 포수가 그 위치에 있더라구요. 일단 피하고 오른발을 뻗었는데 다행히 닿았어요. 노렸다기보단 순간적으로 한 거였는데 잘되서 다행이에요."
시즌 전 목표는 1군 등록이었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꾸준히 눈도장을 찍고 있다. 더그아웃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를 보낸 뒤 후반기에는 지난 10일 첫 콜업됐다. 그동안 2군에서 타격 보강에 전념했다. 8월 들어 팀내에 코로나19와 부상 등이 겹치며 한태양의 자리가 생겼다.
키움과의 3연전은 신용수 박승욱 한태양 이민석 등 비주전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 시리즈였다. 한태양은 "(이)민석이한테 '오 이제 필승조?' 그런 장난도 치고 그랬습니다"라며 웃었다.
"저 같은 신인이 이대호 선배님 은퇴시즌에 같이 뛰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앞으로 저도 우리 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올해 1군에서 계속 뛰는 것, 그리고 이런 장면을 한번이라도 더 만들어보는게 목표입니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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