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주요 대기업의 설비 투자액이 9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투명한 대내외적 상황 속 6조원 이상 설비 투자를 늘리며 미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기업별로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 증설 등으로 투자액을 가장 많이 늘렸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투자액을 3조원 이상 줄였다.
2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기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49곳의 상반기 설비투자 금액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설비 투자액은 총 92조7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85조8857억원보다 6조1928억원(7.2%) 증가했다.
이번 조사대상 21개 업종 중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린 업종은 17개에 달했다.
설비투자를 가장 많이 늘린 업종은 IT 전기·전자 업종이었다.
IT 전기·전자 업종의 투자액은 지난해 상반기 39조425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3조2492억원으로 3조8238억원(9.7%↑) 늘었다.
반면 공기업·운송·식음료·통신 업종의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21조7341억원을 설비에 투자해 가장 많았다. 이어 SK하이닉스(10조4140억원), 한국전력공사(5조9609억원), LG화학(3조9457억원), LG에너지솔루션(2조8517억원) 순이었다.
그러나 1년 동안 투자액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SK하이닉스로, 지난해 상반기 7조4772억원보다 2조9367억원(39.3%) 늘렸다.
다음으로 LG화학(1조3334억원·51.0%↑), LG에너지솔루션(1조3113억원·85.1%↑), 롯데케미칼(8864억원·324.3%↑), LG디스플레이(8581억원·49.8%↑) 등이 투자를 많이 확대했다.
설비 투자액을 가장 많이 줄인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25조1149억원보다 3조3808억원(13.5%↓) 줄였다.
한국전력공사(-8615억원·12.6%↓), 현대케미칼(-8202억원·79.3%↓), HMM(-8073억원·95.4%↓), 현대오일뱅크(-6838억원·59.9%↓) 등도 설비투자를 축소했다.
한편 인플레이션, 원·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짐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잇달아 철회하는 등 긴축에 나서고 있어 하반기 설비투자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직후 향후 경영계획과 관련해 하반기 제품 재고 수준을 지켜보면서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황 부진이 전망되자 투자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시장 수요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 "필요한 경우 내년 생산량과 설비투자, 자본지출을 축소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대규모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미국에 1조7000억원을 들여 올해 2분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했던 배터리 단독공장 건설 계획을 수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공장 투자 재검토는 심각한 현지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건설 및 물류비가 급증해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투자 효율성 제고를 위해 투자 규모와 시점을 재점검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해 연간 시설투자는 감가상각비 수준의 조정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향후에도 투자에 대해 엄정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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