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가족연속극, 멜로물, 범죄스릴러.
국내 드라마에서 트렌드를 이끌던 장르물들이다. 1990년대까지 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연속극이 주류를 이뤘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로맨틱코미디물을 주축으로하는 멜로물이 대세가 됐다. 그리고 2010년대부터는 범죄스릴러로 대표되는 장르물이 드라마 시장을 이끌었다.
이같은 상황이 최근 들어서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단순히 한가지 장르가 아닌 톡톡 튀는 소재로 승부를 봐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모으고 있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 '소년심판'이나 tvN '무법 변호사' 같은 법정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영우'는 법정물이라는 장르를 넘어서있다. 우선 '우영우'에서는 판결의 결과가 이야기 진행에 그리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법정물이나 법정 스릴러물은 판결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장르다. 하지만 '우영우'는 판결보다는 재판 진행과정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영우(박은빈)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이야기의 중심 축에 가깝고 장르 역시 법정물이기보다는 '힐링' 드라마에 속한다.
tvN 월화드라마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이하 유세풍)은 메디컬 드라마나 일반적인 사극과 전혀 다르다. '대장금'이나 '마의'로 대표되는 메디컬 사극 장르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는 이질적인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신분사회이자 의술이 천시되던 조선에서 정신과 의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보다 조선 시대가 불평등과 불공정은 더 심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상처 받고 쓰러진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어루만져주고 위로와 응원을 건네주던 심의(心醫)라는 직업이 있었다는 것은 많이 알지 못한다.
다음달 12일 첫 방송 예정인 '유세풍' 후속 tvN 월화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이하 제갈길)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국가대표나 그들의 지도자를 다룬 작품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멘탈을 관리해주는 코치에 대해 그린 작품은 없었다. '제갈길'은 사고를 치고 운동을 그만 둔 국가대표 운동선수 출신 멘탈코치 제갈길(정우)이 은퇴한 고수들과 함께 선수들을 슬럼프에서 구출하고, 정정당당한 진짜 승부에 도전하는 스포츠 드라마다. 사실 스포츠에서 신체적인 부상 만큼 중요한 것이 '슬럼프' 혹은 '멘탈이 흔들리는' 정신적인 부상이다. 때문에 '제갈길'이 어떤 힐링으로 선수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을 치유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작품들은 주인공의 직업을 제목 전면에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특이한 직업군을 알려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영우나 유세풍, 제갈길처럼 주인공의 이름은 한 번에 기억될만한 독특한 이름으로 정한다. 중요한 것은 '이상한 변호사'나 '조선 정신과 의사' '멘탈코치'처럼 이들의 직업이 곧 작품의 주제다.
물론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처럼 결혼정보회사라는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해던 직업군을 다룬 작품도 나왔다. 이 작품 역시 제목의 의미는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최고위층 회원 레벨인 '블랙'의 배우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단순히 경찰이나 검사가 직접 뛰어 범죄를 해결하거나 어딜가든 연애하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힘들다. 때문에 작가들도 좀 더 새로운 직업,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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