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 75세. 한국 야구의 산증인인 노감독은 자나깨나 한국 야구 걱정 뿐이다.
'미라클 두산'의 창시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과 4강 신화의 주역. 김인식(75) 전 감독을 가리키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하는 '야구의 날'. 23일 고척 스카이돔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날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김경문(64) 전 감독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 전 감독은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니 옛날 생각이 난다"며 활짝 웃었다.
프로야구 현장을 떠난지는 올해로 13년, 지휘봉을 놓은지는 5년이 지났다. 거동도 쉽지 않은 고령이지만, 김 전 감독은 꾸준히 한국 야구를 챙겨본다거 ?다. 오랜만에 현장을 찾은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지만, 그는 "한국 야구가 많이 변했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메이저리그는 투수들을 철저하게 분업화시킨다. 감독도 다양한 작전을 쓰기보단 선수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가 겉핥기식으로 다 따라할 필요가 없다. 그건 메이저리그 수준이니까 가능한 거다. 아직 한국은 레벨이 다르지 않나"라는 소신을 밝혔다.
"한국 야구는 메이저리그가 아니다. 어떤 때는 감독이 아무것도 안하고 선수에게 맡기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엔 감독이 직접 포수와 투수에게 사인을 줬는데…필요할 땐 확실하게 작전을 걸어야한다. 투수 관리도 너무 과한 감이 있다. 지금보다 좀더 던져도 된다. 특히 투수가 전력으로 던지지도 않고 볼넷을 주는 경우는 개수로 보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현장 사령탑 시절 김 전 감독의 야구철학은 '믿음의 야구'였다. 이에 대해 그는 "믿고 해줘야되는 선수가 있고, 작전을 걸어야하는 선수로 구분돼야한다. 다 똑같은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지휘봉은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잡았다. 김 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나라에서 받은 대우가 있지 않나. 그러면 나라에서 부르면 나와서 해줘야한다. 선수든 에이전트든 한마음으로 사령탑을 도와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대회는 리그가 아니라 단기전이다. 실력이 조금 떨어져도 우리 좋은 선수들이 다 모이면 어떻게 될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린 최상위권 선수 몇명 빠지면 방법이 없다. 투수만 해도 뛰어난 투수 몇명 딱 빠지면 끝이다."
이날 김 전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허구연 KBO 총재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프로야구에서 쌍방울 레이더스와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를 거치며 통산 980승을 거뒀고, 아시안게임(2002)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2006 2009 2017), 프리미어12(2015)까지 5차례나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국민 감독'이란 호칭을 얻었다. '우린 또 하나의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는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출사표의 주인공이다.
김 전 감독은 "고척돔에 와본 건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이후 처음이다. 그때 성적이 역대 가장 안 좋지 않나?"라며 스스로의 흑역사를 먼저 꺼내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이스라엘에게 패하는 등 조별리그에서 1승2패에 그치며 탈락한 바 있다.
그는 "이제 일주일에 3일, 2시간씩 재활운동을 한다. 쓰러졌을 때보다 훨씬 상태가 좋아졌다. 야구도 열심히 보고 있다"며 근황을 전하는 한편 "KBO 40주년을 맞아 뜻깊은 자리에 초청받아 기쁘다. 앞으로도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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