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 이날 한화 이글스는 극도로 부진했던 주장 하주석이 9회 만루홈런을 터트려 8대5로 이겼다. 꼴찌팀이 1위팀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하주석이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이 경기를 잊지 못하는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5번-지명타자로 나선 김인환(28)은 2회초 첫 타석에서 우월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상대 투수는 이태양. 1B에서 시속 144km 빠른공을 때려 오른쪽 펜스 너머로 보냈다. 올 시즌 한화의 최대 히트상품 '김인환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한방이었다.
23일 대전야구장에서 만난 김인환에게 올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물었더니, SSG전에서 친 시즌 1호이자, 프로 첫 홈런을 이야기했다. 5월 3일 1군에 첫 등록해 대타로 나서 첫 안타를 때렸다. 바로 다음 날 홈런을 신고했다.
이제 한화의 중심타자다. 공격의 핵심전력이다.
화순고-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16년 육성선수로 한화 입단. 2018년 정식선수가 돼 4경기, 6타석에 섰다. 지난 해 6월 현역병으로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2군에서 시즌을 해 개막 후 한달이 지나 1군에 콜업됐다. 3년 만에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제 자리가 있었던 게 아니었잖아요. 준비한 것만 잘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 계속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는 생각 안해요. 그때를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 있어요."
4개월이 지난 시즌 후반기, 많은 게 달라졌다. 이제 팀의 간판 4번 타자다. 상대가 그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유인구 승부가 많아졌고요. 상대투수가 더 신경쓰는 게 느껴지기는 해요. 아무래도 제 앞에 주자가 있으면 더 그렇고요."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뎠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힘들었지만 야구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한다.
"힘들었을 때, 지쳤을 때 주위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부모님과 친구들이 항상 응원을 해주셨어요. 큰 힘이 되었어요. 올해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고 했겠죠."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8년, 처음으로 1군을 경험했다. 길지 않았다. 1루수 포지션에 대선배 김태균이 있었다. 1군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많이 놀라웠고 많이 아쉬웠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그러다 보니 조급해지더라고요."
2019년 시즌이 끝나고 입대했다. 포병 측지병으로 근무했다. 지난 해 6월 전역했다. 부족한 게 많았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
"군 복무할 때는 일과 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어요. 야구를 할 상황은 아니었고요. 야구를 엄청 하고 싶었어요. TV 중계로 야구를 보면 너무 부러웠고요."
대졸 외야수. 고졸 선수보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있다보니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하고, 병역의무까지 해결해야 한다.
한화 열성팬들의 함성, 응원을 접할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팀 성적이 안 좋은데도 변함이 응원해주는 고마운 팬들이다.
"죄송하고 감사해요. 응원 때문에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거 같아요."
한화의 히트상품이라는 칭찬. 뿌듯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그는 "많이 부족한데 그런 얘기를 해 주시니까 감사하죠"라고 했다.
김인환은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1994년 생인 그가 타이틀을 차지하면 최고령 기록이 된다.
"주변에서 그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조금도 신경쓰지 않아요. 물론 받으면 좋겠죠. 하지만 그걸 신경 쓰게 되면 지금 해야 될 것도 못할 것 같아요. 열심히 하다보면 나중에 혹시 따라올 수는 있겠죠. 후보로 거론되는 후배들이 정말 잘해요. 그 선수들에게 배울 것도 많고요."
김인환은 남은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없다고 했다.
"팀이 많이 이겨야죠."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9리(294타수 85안타) 15홈런 4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6. 23일 현재 성적이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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