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정)훈이가 맨날 하지 않나.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KBO 공식 은퇴투어의 주인공, 이대호와 이승엽의 공통점이 있다. 담담한 홈런 세리머니다.
홈런 타구를 오랫동안 확인하는 모습도 드물다. 홈런임을 확인한 뒤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다이아몬드를 도는 게 두 선수의 스타일이다. 기껏해야 1루, 3루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게 그라운드 위 세리머니의 전부다.
2022년 8월 26일은 달랐다. 이대호가 가슴이 터질듯한 홈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날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원년 라이벌'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8대3으로 완승을 거뒀다.
3회에 사실상 승부가 갈린 경기였다. 롯데 선발 나균안은 3회초 선취점을 내줬지만, 이어진 무사 만루 위기를 삼진-삼진-내야 뜬공으로 막아냈다.
반면 삼성 선발 최하늘은 3회말 동점을 허용했고,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대장' 이대호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대호의 KBO리그 17년 커리어 통산 10번째 만루홈런이었다. 이대호에게 남은 정규시즌은 이제 30경기 뿐이다. 만약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해도 몇경기나 더 치를 수 있을지 모른다. KBO리그에서의 마지막 만루홈런이 될지도 모를 한방이다.
경기 후 만난 이대호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애써 담담함을 유지했다. 지난 24일 NC 다이노스전에 이은 또한번의 결정적인 홈런이라는 말에 "홈런이 아니라 안타만 쳐도 좋은 상황이었다. 홈런을 쳐서 기분이 더 좋다. 창원에서는 반즈가 워낙 잘 던져서 편안하게 쳤다. 요즘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하고 있어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빠던(배트플립, 방망이 던지기)' 이야기가 나오자 웃음기가 감돌았다. 이대호는 "맨날 (정)훈이가 하는 거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엔 치고 뛰기 바쁜데, 오늘은 맞는 순간 홈런이다 싶었다"라고 했다..
"일본 진출을 했을 때부터 홈런 세리머니를 거의 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치고 일단 열심히 뛰는 게 몸에 배었다. 오늘은 확실한 홈런이었기 때문에 한번 해봤다. 하길 잘한 것 같다."
바야흐로 '은퇴'란 말의 무게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 감독' 김인식 전 감독이 이대호의 은퇴를 말리고 나설 정도. 이대호는 "진작 말려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은퇴 한다고 2년전부터 얘기하고 은퇴투어까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들 반대하시니…"라며 미소지었다. 이어 "후배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다. 가을야구 가면 몇경기 더 할 수 있으니까…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도움이 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정규시즌이 딱 30경기 남았다. 하루하루가 정말 빠르다. 아내가 점점 더 힘들어하고 아쉬워한다. 내 결정에 따라주는 건 고맙지만 많이 슬픈가 보다. 요즘 힘이 없더라. 힘냈으면 좋겠다. 좋은 성적 내고 박수받으며 떠나고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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