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감독 한 명의 아이디어로 팀을 이끌던 시절은 지났다. 코칭스태프 분업화 시대다. 리버풀, 맨시티와 같은 유럽 유수의 클럽들은 감독, 수석코치, 1군 코치, 골키퍼 코치와 함께 기술 코치, 세트피스 코치, 컨디셔닝 코치, 개인 코치, 재활 코치, 공격 전담코치, 수비 전담코치, 골키퍼 어시스턴트 코치 등을 두고 있다. 감독의 부족한 부분을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채운다.
K리그에는 생경한 개념이다. K리그는 감독, 수석코치, 1군코치, 골키퍼 코치로 코치진을 꾸린다. 그러다보니 한 명의 코치가 1인 3역을 해야 하는 일도 잦다. 막내급인 1군 코치가 상대팀 분석 영상을 담당하느라 밤을 꼴딱 새우곤 한다. 온전히 1군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최근엔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2023시즌을 준비 중인 K리그에서 두 개 구단이 '전술코치'를 새롭게 도입했다. 제주가 양평시민축구단 윤대성 감독을, 서울이 강서대 김영철 감독을 전술코치로 각각 선임했다.
전술코치라는 개념은 퍽 낯설다. 어감상 '전술 구축에 도움을 주는 코치' 정도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소속팀에 꼭 맞는 전술을 짜고, 이 전술을 팀에 입히는 게 주된 역할이다. 이를 위해선 소속팀뿐 아니라 상대팀 전술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소위 경기를 보는 '좋은 눈'이 없다면 프로팀 전술코치를 맡기 어렵다고 축구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제주의 윤 코치는 양평시민축구단 사령탑 시절 남다른 전술적인 아이디어로 '공부하는 지도자'란 찬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4부에 있던 양평을 3부로 승격시켰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전술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구단에 요청했다"며 "윤 코치가 가진 철학과 생각을 듣고, 서로의 축구관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 감독은 광주, 성남을 거치며 주로 3-4-3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스리백, 전방 압박, 빠른 공수 전환이 키워드였다. 이 전술로 세 번의 승격을 이뤘지만, '지루한 축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시즌 울산과 전북의 아성에 도전할 대항마로 여겨졌으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밖인 5위로 시즌을 마쳤다.
남 감독은 '상대방의 시선에서 (제주를) 봐주는' 윤 코치의 존재와 새롭게 구축한 정조국 수석코치, 하대성 최효진 코치가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도 외부에서 전술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은 빌드업과 포지션 파괴 등으로 대표되는 '익수볼'을 앞세워 2021년 후반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2022시즌 상대에게 읽히기 쉬운 전술이란 평가를 받았고, 성적도 9위에 머물렀다.
서울이 야심차게 영입한 김 코치는 국가대표를 지낸 명수비수 출신이다. 지난 시즌 잦은 실수를 범한 서울의 수비 불안을 해소할 인물로 꼽힌다. 김 코치는 안익수 감독과 마찬가지로 프로팀부터 여자축구, 대학축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17년 불모지였던 강서대를 맡아 열악한 환경을 딛고 2020년 U리그 3권역 무패우승을 이끄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서울은 강서대 코치였던 황은찬 코치를 분석코치로 임명했다.
직함은 다르지만, 우승 재탈환에 나선 전북은 로베르토 디 마테오 전 첼시 감독을 기술고문으로 임명했다. 다가오는 시즌, 김상식 전북 감독에게 다양한 전술적인 조언을 할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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