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는 지난 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선정한 올 클래식 팀(All-Classic Team)'을 공개했다. 20개국 참가 선수를 대상으로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았는데,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5)가 포함됐다. 메이저리그 최고 외야수인 미국대표팀의 마이크 트라웃(32·LA 에인절스), 무키 베츠(31·LA 다저스)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선수로는 유일했다. 일본대표팀에선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지명타자로 유일하게 명단에 들어갔다. 지난 겨울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달러에 계약한 요시다 마사타카(30)도 포함되지 못했다.
국가별 안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정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반영된 리스트다. 올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정후는 지난 겨울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인데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그를 주시하는 이유다.
142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23홈런, 113타점, 출루율 4할2푼1리, 장타율 5할7푼5리. 지난해 이정후가 거둔 성적이다. 2년 연속 타격 1위를 했고, 타점 1위에 MVP를 받았다. 23홈런은 자신의 한시즌 최고 기록이다. 6시즌 통산 타율이 3할4푼2리다. 컨택트, 파워, 클러치 능력, 출루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스탯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일부에선 이정후의 스윙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어디까지나 KBO리그에서 올린 성적이라고 지적한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냉정하게 보면, '거품'을 의심하게 하는 기록이다. 일본프로야구를 하이 레벨 트리플A, KBO리그를 더블A 수준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평가한다.
KBO리그는 오랫동안 '타고투저' 리그였다. 2018년 평균자책점 5.17을 찍은 뒤 지난 4년간 4.17, 4.76, 4.44, 4.06을 기록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 등의 노력으로 평균자책점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높다. 안우진 등 수준급 선수들이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투수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3할3푼5리, 21홈런, 88타점을 올린 요시다보다 이정후를 더 높게 평가하는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없다. 상대해 온 투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력한 구위에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KBO리그 출신 야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타격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얘기한다.
의구심을 털어낼 기회가 있다. 다음 달에 개최되는 WBC다.
먼저 3월 10일 열리는 1라운드 조별리그 일본전에 관심이 쏠린다. 분위기를 보면, 오타니나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에인절스)가 한국전에 선발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는 지난해 15승-평균자책점 2.33, 다르빗슈는 16승-3.11를 기록한 메이저리그 1선발 투수다. 이정후가 지금까지 상대해 온 투수와 차원이 다른 공을 마주한다.
1라운드는 선발투수 투구수가 65구로 제한된다. 4~5회 이후 중간투수 3~4명을 상대하게 되는데, 이 또한 만만찮다. 일본대표팀 계투진의 주축인 20대 젊은 투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주무기로 던진다. 이정후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경험한 공이다.
8강, 4강으로 올라가면 더 강력한 투수들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가 자신의 현재 능력치를 확인하면서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는 기회다.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준다면,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한국대표팀도, 이정후도 중요한 WBC 국가대항전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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