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그러면 켈리가 나오는건가?"
지난 3월 26일 수원 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이강철 KT 감독은 문득 날짜 계산을 골똘히 했다.
이날 경기는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둔 마지막 일요일 시범경기. 정규 시즌 개막일은 4월 1일 토요일. 개막전 선발 투수들이 5일턴에 맞춰 마지막 시범경기 실전 등판을 갖는 날이기도 했다. KT는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 투수로 확정된 웨스 벤자민이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이미 4월 1일에 상대하게 될 LG 트윈스를 내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LG 트윈스의 1선발은 케이시 켈리다. 하지만 켈리는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이 3월 26일이 아닌 3월25일 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사실 누가봐도 LG의 1선발은 켈리고, 켈리가 개막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시범경기 로테이션 계산상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계산을 하다가 "켈리가 개막전에 안나오나"라고 물었지만 이내 나오게 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이 감독은 못내 아쉬운듯 "사실 켈리를 좀 피하게 해주고 싶었다. 벤자민이 워낙 좋아져서, 이렇게 좋을 때 첫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자신감이 붙겠나"라며 고민했다.
올해로 KBO리그 2년 차인 벤자민은 이번 스프링캠프때부터 유독 페이스가 좋았다.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가장 안정적이고 깔끔한 투구를 했다. 이강철 감독도 고민 없이 그를 1선발로 낙점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상대 선발 매치업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기세가 좋은 상태에서 개막에 들어갔는데, 첫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투수를 만나 결과가 안좋으면 자신감이 꺾일 수밖에 없다. 감독의 혹시나 하는 계산 역시 이런 의미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벤자민이 개막전에서 상대하게 된 LG의 투수는 켈리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이강철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던 것 같다. 1일 LG전에서 벤자민은 6이닝 동안 단 2안타만 내주고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6이닝 내내 특별한 위기가 없었다. 반면 켈리는 5⅓이닝 8안타(2홈런) 3탈삼진 6실점으로 고전했고, KT가 LG를 상대로 11대6 개막전 승리를 챙겼다. 리그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첫 경기 승리, 그것도 든든한 득점 지원까지얻으면서 벤자민이 먼저 웃었다. 아마 그가 얻게 될 자신감은 몇배 더 커지지 않았을까.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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