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개막시리즈 총 10경기에서 무려 82개의 볼넷이 쏟아졌다. 일시작 현상일까, 아니면 리그 어둠의 시작일까.
지난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까지 장군멍군 팽팽한 동점 접전을 펼치던 경기는 9회말 허망하게 끝났다. 홈팀 키움의 마지막 공격. 바뀐 투수 주현상이 첫 타자 에디슨 러셀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이헝종에게도 안타를 맞았다. 실점 위기 상황. 한화 벤치가 투수를 교체하지 않고 한차례 마운드 방문만 한 뒤 주현상을 한번 더 믿고 갔지만, 결과는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가 됐다. 6-6 동점 상황과 무사 만루. 주현상에게 끝까지 맡겼지만, 그는 김휘집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꽂아넣지 못했다. 직구와 체인지업 모두 볼이 됐다. 상대가 속지도 않았다. 김휘집에게 4구 연속 볼이 들어가면서 결과는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키움의 7대6 승리. 한화로써는 차라리 끝내기 안타를 맞더라도 승부를 하기를 원했지만, 가장 원하지 않았던 장면으로 패했다.
비단 한화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1일과 2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2023시즌 개막 2연전 시리즈에서 투수들은 무참히 깨졌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대결은 연장 11회에 터진 두산 호세 로하스의 끝내기 스리런으로 12대10 명승부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투수들이 허용한 17개의 볼넷과 22실점이 있다. 2일 인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도 14개의 볼넷이 나왔다.
개막 2연전 총 10경기에서 쏟아진 볼넷이 82개, 몸에 맞는 볼이 5개였다. 4사구가 87개나 나온 것이다. 실점은 119점이었다. 당연히 팀 평균자책점도 치솟았다. 팀 평균자책점이 가장 적은 키움(1.42)을 제외하고는 모두 3점 이상, 특히 LG(6.63), KT(6.75), 삼성(7.00)은 6,7점대를 넘길 정도다.
개막전이라는 긴장감과 팽팽한 승부의 특성을 감안해도 볼넷과 실점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10경기 중 양팀 합계 15득점 이상 경기가 무려 3번이나 나왔다.
이는 최근 약해진 국제 경쟁력과 KBO리그의 근본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과 맥락이 같다. 리그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어제, 오늘의 지적이 결코 아니다. 이미 10여년전부터 타고투저가 정점에 달했을 때 투수들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명목 하에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비롯해 각종 장치들을 더하면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당장 개막 2연전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는 최근 몇년 안정을 찾았던 투고타저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10경기 중 무득점 팀이 나온 경기는 2경기 뿐이었다.
물론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아직 개막 후 2경기밖에 안치렀고, 투수들의 컨디션이나 WBC 대표팀에 차출됐던 선수들의 몸 상태 등 변수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변명에 불과하다.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바로 실전 경기를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오는 일본과 비교해 KBO리그 선수들은 아직 준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개막에 맞춘 몸 상태 만들기 또한 마찬가지다.
야구에는 늘 사이클이 존재한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투수들의 기록 역시 예년의 평균치에 가까워지겠지만, 여전히 KBO리그의 뚜렷한 과제를 확인했다. 최근 KBO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경기 시간 단축도 투수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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