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면 끝이라고 생각하겠다."
김승기 고양 캐롯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17일 고양체육관에서 안양 KGC를 상대로 열리는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이 시리즈 전체의 분수령이라고 여겼다. 김 감독은 "오늘 지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했다. 앞선 1차전 때 썼던 '체력 아끼기' 전략 따위는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모든 것을 3차전에 쏟아 내겠다는 각오였다.
재정난으로 급여가 밀리고, 원정 숙소비에 식대까지 부족해진 상황이었지만, 캐롯 선수들은 1쿼터부터 에너지를 불태웠다. 김 감독의 뜻을 100% 이해하고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 작은 틈 이라도 보이면 어김없이 던지는 3점 슛. 캐롯은 1쿼터 시작 직후 연달아 5개의 3점포를 꽂아넣으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KGC 선수들은 캐롯의 기에 눌려 초반 4분 동안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간신히 5분 57초에 대릴 먼로의 골밑 슛으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 캐롯은 1쿼터에만 무려 7개의 3점슛을 꽂아넣으며 23-11로 달아났다.
이때 캐롯 선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도 '지쳐 쓰러져도 좋다. 져도 어쩔 수 없다.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주겠다'는 심경이지 않았을까. 확실히 2쿼터 이후 캐롯 선수들의 움직임과 야투 성공률은 계속 떨어져갔다.
김상식 KGC 감독은 영리하게 캐롯의 스태미너 이슈를 파고 들었다. 풀코트 프레싱으로 힘을 빼면서 턴오버와 슛 실패를 유도하는 작전. 이게 잘 통했다. 더불어 오세근과 오마리 스펠맨을 앞세워 리바운드의 우위를 점하며 착실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KGC 에이스 변준형은 2쿼터에서만 3점슛 3개 포함, 11점을 쏟아내며 1쿼터의 점수차를 지워냈다. KGC는 전반을 42-44로 마친 뒤 3쿼터 초반 3분 동안 캐롯을 무득점으로 묶고 연속 10득점으로 달아났다.
여기서 사실 승부가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캐롯 선수들은 마치 '좀비'처럼 다시 일어섰다. 3쿼터 3분45초가 지나서야 겨우 이정현의 2점슛으로 득점을 시작한 캐롯은 김강선과 로슨, 한호빈 등이 3점포를 가동하며 상대를 따라갔다. 결국 4쿼터 2분 59초를 남기고 스펠맨의 U-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로슨이 모두 성공해 70-72까지 붙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투지는 살아있었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이정현의 슛은 짧았고, 로슨은 공을 흘렸다. 그러나 누구도 이들을 탓할 수 없었다. 캐롯은 투지에서 이겼다. 그러나 승부에선 졌다. 변준형이 26점을 쏟아낸 KGC가 76대72로 3차전을 잡았다.
고양=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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