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10년 전에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당시 포항 스틸러스 유스인 포항동초(현 포항제철초) 선수였다. 이 선수가 10년 뒤 프로 선수가 돼 '창단 50주년' 경기에서 골을 넣고 팀 승리를 이끈 주인공으로 성장했다. 이 성장 스토리의 주인공은 '작은 거인' 고영준(22)이다.
고영준은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3년 하나원큐 K리그1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21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1대0 신승을 이끌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21분이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고영준은 40m 폭풍 질주를 시작했다. 이어 페널티 박스 오른쪽으로 파고든 고영준은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고영준은 "돌파를 하고 나서 (이)호재 형에게 주려고 생각했었는데 수비수가 각을 잡았다. 뒤를 봤는데 아무도 없어서 순간 내가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고영준의 골은 의미가 남달랐다. 팀에 귀중한 승점 3점을 배달한 결승골이기도 했지만, 포항 구단의 50번째 생일날 터뜨린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포항 스틸야드에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회택 감독을 비롯해 박경훈 이흥실 공문배 박태하 황선홍 등 레전드들이 참석해 '쉰 살' 생일잔치를 빛냈다. 고영준은 "40주년 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그 때는 프로 팀의 큰 의미를 몰랐는데 창단 50주년 경기에서 내가 골을 넣고 승리를 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레전드가 되는 건 영광스런 일인 것 같다. 아직 먼 미래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다보면 언젠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에게 올 시즌 '커리어 하이'가 예상되는 고영준의 칭찬을 요청하자 "영준이가 나를 들었다놨다 한다. 영준이가 골을 넣으면 팀이 좋은 상황으로 흐르는데 골을 넣지 못하면 힘든 경기를 한다"며 웃었다. 고영준은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지난 시즌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감독님께서 올해 더 믿어주시고 자신감을 심어주셔서 좋은 경기력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솔직히 올 시즌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찬스를 놓치지 말자'라는 생각 뿐이다. 생각보다 많이 넣은 것 같다"면서 "슈팅 훈련할 때 잘 못넣으면 감독님께서 피드백을 해주신다. '어찌됐든 찬스 때 못넣는 건 네가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그건 누가 도와줄 수 없는 것'이라는 말씀이 와닿았다"고 했다.
다만 기쁨도 잠시였다. 고영준은 골을 넣고 7분 만에 부상 예방 차원에서 교체됐다. 고영준은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다쳐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종아리에 이상한 느낌이 와서 나오게 됐다. 심각한 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영준의 교체에 수심이 가득해진 이가 있었다. 포항 레전드이자 항저우아시안게임 사령탑 황선홍 감독이었다. 고영준은 "황 감독님께서 오신다고 알고 있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던대로 하려고 했다"며 "아시안게임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대표팀에 차출될 때다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아직 확정은 아니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포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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