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에이스 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가 살아났다. 체력적으로 지친 '김은중호'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2일(이하 한국시각) 아르헨티나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3대2로 승리했다. 한국은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이어 2연속 대회 8강 진출 기록을 작성했다. 또한, '김은중호'는 아시아의 자존심도 살렸다. 한국은 8강 팀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 국가다. 일본과 이라크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우즈베키스탄은 16강에서 짐을 쌌다.
이날 선발 출전한 배준호는 혼자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전반 11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영준(김천 상무)의 선제골을 도왔다. 발끝을 예열한 배준호는 전반 19분 팀의 두 번째 골을 직접 넣었다. 그는 오른 측면에서 올라온 박창우의 크로스를 잡은 뒤 페널티 지역 안에서 상대 수비를 절묘하게 속였다.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을 완성했다. FIFA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배준호가 탁월한 능력으로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김은중호'가 간절히 기다리던 득점이었다. 배준호는 이번 대회 에이스로 꼽혔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드리블 돌파, 볼 소유, 탈압박 등에 강점을 지녔다. 직접 공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플레이 메이킹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준호는 소속팀에서도 긍정적 활약을 펼쳤다. 그는 지난해 자유선발을 통해 대전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했다. K리그2(2부 리그) 8경기와 승강 플레이오프 2경기, 대전 B팀이 나서는 K4리그에서 꾸준히 뛰며 경험을 쌓았다. 팀이 K리그1로 승격한 올 시즌에는 핵심으로 활약했다. 그는 벌써 '하나원큐 K리그1 2023' 7경기를 소화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K리그1 팀 주전급으로 활약하며 대회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뚜껑을 열었다. 배준호는 허벅지 내전근이 좋지 않아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 때는 벤치를 지켜야 했다. 온두라스와의 2차전엔 선발로 나섰으나 큰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16강 진출이 이미 확정돼 로테이션이 가동된 감비아와의 최종전에선 후반전 교체로 투입됐다.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린 배준호는 가장 중요한 순간 재능을 폭발했다. 이날 1골-1도움을 기록한 배준호는 후반 37분 조영광과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킬러 본능'을 드러낸 배준호는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열심히 뛰자는 생각으로 뛰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5일 오전 2시30분 나이지리아와 8강전을 치른다. 불과 3일만에 또 다시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지난달 23일 프랑스와의 1차전을 시작으로 11일 동안 벌써 4경기를 소화했다. 이날 경기에서 일부 선수들이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일한 '정통 스트라이커' 이영준은 사실상 풀 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김 감독이 "다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지리아에 모든 걸 맞출 것이다. 나이지리아가 우리보다 하루 더 쉬었기 때문에 회복에 중점을 두며 8강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한 이유다.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배준호가 활짝 웃었다. 한국에 긍정 에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배준호는 "상대가 누구든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잘 대비해서 좋은 경기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