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난생처음 보는 1루 견제 동작.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팀 감독의 흔들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1루 주자를 꼼짝 못 하게 만든 견제는 계속됐다.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투수는 보란 듯이 포효했다.
KIA 타이거즈의 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가 다소 '충격적인' 모습으로 데뷔전 승리를 거뒀다.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KIA가 5대1로 승리를 거두며 3연전을 싹쓸이, 5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데뷔전을 치른 산체스는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10시즌을 뛴 후 타이완으로 리그를 옮겨 퉁이 라이온즈에서 10경기에 등판 8승 1패 평균자책점 1.44를 기록했다.
타이완리그 전반기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1위를 기록한 산체스는 방출된 메디나의 대체용병으로 7일 선수단에 합류해 이틀 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투구부터 생소했다. 산체스는 마운드 투구판 1루 쪽 끝을 밟은 채 공을 뿌렸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투구판 끝을 밟는 투수는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KT 타자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1회 첫 타자 김민혁이 중전 안타로 출루하자 더 특이한 동작이 나왔다.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산체스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기 전 갑자기 자세를 낮추며 몸을 1루 쪽으로 돌려 주자를 견제하는 동작을 선보인 것. 산체스는 대만리그에서 단 한 개의 도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김민혁은 산체스의 낯선 견제 동작 때문에 리드를 많이 가져가지 못했다. 1사 후 황재균 타석 때 김민혁이 2루 도루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산체스는 황재균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를 마쳤다.
2회에는 선두타자 박병호를 루킹 삼진으로 잡은 후, 장성우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장성우는 산체스가 1구를 이중 키킹으로 투구하자 타격 자세도 취하지 못하며 황당해했다. 산체스는 집요하게 바깥쪽 승부를 펼쳤고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이호연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그런데, 3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정리한 산체스가 4회말 마운드에 오르기 직전 심판진이 산체스와 통역, 서재응 코치를 불렀다. 산체스의 이중 키킹 동작 때문이었다. 키킹 동작에서 왼발을 한 번에 들어 올리는 산체스가 발을 살짝 들었다가 멈춘 후 다시 들어 올리는 동작을 몇 차례 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그런 동작을 하면 부정 투구가 돼 볼로 판정한다는 얘기였다.
심판진의 주의 이후 산체스의 이중 키킹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산체스의 위력적인 피칭은 계속됐다. 4회 김민혁과 김상수를 연속 내야 땅볼로 처리한 후 황재균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했지만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4회도 무실점으로 마쳤다.
5회말 산체스의 첫 실점이 나왔다. 이날 코뼈 골절 부상에서 회복돼 복귀한 이호연이 몸쪽 꽉 찬 145km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KT의 처음이자 마지막 득점이다.
5이닝을 단 70구로 막은 산체스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2사 후 김상수가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황재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산체스의 기상천외한 견제 동작, 이강철 감독이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이 감독은 산체스의 동작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심판진은 이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대 감독의 강력한 어필, 투수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산체스는 이 감독의 항의 이후에도 1루 견제를 계속하며 김상수를 꽁꽁 묶었다. 자신의 견제 동작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무언의 시위다.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산체스는 보란 듯이 포효한 후 모자를 벗으며 3루쪽 관중의 환호에 답례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때의 상황에 대해 산체스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상대 감독의 항의에 오히려 더 달아올랐다. 그래서 삼진을 잡은 후 그런 액션이 나왔다"고 말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산체스는 박병호를 2루 땅볼로 잡은 후 장성우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이호연 타석 때 마운드를 최지민에게 넘겼다. 산체스는 단 88개의 공으로 6⅓이닝 5안타 무4사구 10탈삼진 1실점의 놀라운 데뷔전을 만들어 냈다. 최고 147㎞의 직구를 43개를 던졌고, 슬라이더 20개, 커터 12개, 커브 6개, 체인지업 5개, 투심 2개를 섞어 KT 타자들을 요리했다.
타선에선 나성범의 활약이 돋보였다. 2회초 먼저 2점을 뽑은 KIA는 2-1로 쫓긴 6회초 1사 만루에서 김선빈의 적시타로 1점을 다시 달아났다. 그리고 7회초 나성범이 KT 박영현으로부터 쐐기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5-1로 훌쩍 달아났다. 전날 연타석 홈런에 이어 이틀 연속 나성범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산체스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최지민과 전상현도 각각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KIA의 5대1 승리를 지켰다. 5연승을 달린 KIA는 키움을 한 경기차로 제치며 6위로 올라섰다. 5위 NC와도 1경기 차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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