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더운 날씨에 딱인데…' 자신이 준비한 환영 인사가 거절당했다. 게다가 그 모습을 본 선배에게 꾸지람까지 들었다. '별수 있나, 나한테라도 뿌려야지' 연패 탈출에 성공한 LG 트윈스의 오스틴 딘이 팬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LG가 9대6으로 승리하며 5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1위 팀에겐 어울리지 않는 연패 사슬을 끊어낸 귀중한 승리였다.
문보경의 활약이 빛났다. 전날의 치명적인 수비 실수를 만회하는 귀중한 투런포를 문보경이 터트렸다.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문보경은 3회초 2사 3루에서 KT 쿠에바스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2회말 KT가 먼저 1점을 뽑았지만 LG는 3회 문보경의 투런포를 포함해 대거 6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홈런을 친 후 홈플레이트를 밟은 문보경의 표정이 이틀간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모든 플레이를 말해줬다. 전날의 끝내기 실책에도 염경엽 감독은 문보경을 그대로 똑같은 타순에 선발 3루수로 내보냈다. 트라우마를 이겨낸 문보경은 눈을 꾹 감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동료들의 열광적인 환영이 이어졌다. 하이 파이브를 마칠 즈음, 맨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스틴이 한 손에는 뚜껑을 딴 생수 팩을 든 채 문보경의 헬멧을 벗겼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물을 문보경의 머리에 부어주려 했던 것. 그런데 생수 팩을 본 문보경의 반응, 놀라도 보통 놀란 게 아닌 표정의 결사 항전이다.
거절당한 오스틴은 고참으로부터 꾸지람까지 들어야 했다. 김현수가 짐짓 엄한 표정으로 오스틴을 나무랐다. 오스틴의 표정과 손짓은 '더운 날 머리 좀 식혀주려 했는데…'라고 변명하는 듯했다. 자기 머리에 '셀프' 물세례를 하며 열을 식힌 오스틴의 마무리에 김현수도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폼 미쳤다"는 한국말을 입버릇처럼 쓰는 '잠실 오 씨' 오스틴, 더그아웃의 유쾌한 활력소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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