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해리 케인(30)이 바이에른뮌헨으로 이적하는 모습을 지켜본 한 토트넘팬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던 모양이다.
'HamXXX'란 'X'(트위터) 아이디를 쓰는 팬은 바닥에 등번호 18번이 새겨진 케인의 토트넘 유니폼을 내려두고는 유니폼 위에 케첩을 뿌렸다. 토트넘 유스 출신으로 2009~2010시즌 프로계약을 맺은 케인은 37번을 거쳐 2014~2015시즌 한 시즌 동안 18번을 달았다. 2015~2016시즌부터 8시즌 연속 10번을 달고 뛴 케인은 이번여름 이적료 1억유로(옵션 포함) 이상에 뮌헨으로 이적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FC바르셀로나)가 두고 간 뮌헨의 9번을 배정받았다.
이름이 지워질 정도로 케첩을 잔뜩 뿌린 뒤, 발로 유니폼을 짓밟은 팬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 유니폼을 사줬다. 할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포로였으며,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몇마일 떨어진 곳에서 사망했다"고 적었다. 화이트하트레인은 토트넘의 옛 홈구장이다. 2019년 새로 지은 지금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으로 이전했다. 이 팬은 이어 "케인은 더이상 토트넘의 포로가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케인이 독일에 발을 딛는 순간, 나에게(내 마음 속에서)죽었다"고 '영원한 이별'을 통보했다.
토트넘 공식 서포터즈인 '토트넘홋스퍼 서포터즈 트러스트'(THST)는 공식 성명을 내고 "결코 이렇게 되지 말았어야 한다. 우린 한 세대의 재능을 잃었다. 팬들은 분노하고 상처받았다. 우리의 충성심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 이후 팀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우리만의 선수'가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걸 두고 이사회의 전략 부족이라고 짚었다.
케인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435경기에 나서 280골을 넣으며 지난시즌 '전설' 지미 그리브스의 기록을 뛰어넘어 토트넘 역대 최다골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또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213골을 넣어 통산 득점 2위에 랭크했다. 최다득점자인 앨런 시어러(260골)의 기록을 단 47골 남겨두고 서른의 나이로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케인은 개인통산 리그 득점왕을 세차례나 수상했지만, 흔한 우승 트로피 하나 얻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하향세를 탄 토트넘은 지난시즌 리그 8위에 머무르며 유럽클럽대항전 티켓도 따지 못했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장기간에 걸쳐 케인, 케인 대리인과 함께 단기 계약, 장기 계약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케인은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이번 여름 우리와 재계약을 맺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케인을 잡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케인은 "내 경력에서 나를 위해 많은 것을 선물한 구단과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토트넘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을거다. 토트넘, 그리고 토트넘 팬 여러분 감사하다"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2015년부터 호흡을 맞춘 '신임주장' 손흥민은 케인을 '리더, 형제, 전설'이라고 칭하며, "처음부터 너의 옆에서 플레이하는 건 기쁨이었다. 함께 많은 추억을 쌓고, 놀라운 경기를 치렀으며, 엄청난 골을 합작했다. 케인, 네가 나에게, 우리 클럽에, 우리 팬들에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다. 새로운 챕터에서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길 바란다. 행운을 빈다, 형제여"라고 적었다.
케인은 이적 직후인 13일 홈구장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열린 라이프치히와 2023년 DFL 슈퍼컵에 후반 18분 교체출전해 30분 남짓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팀이 0대3으로 패하며 데뷔전은 다소 빛이 바랬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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