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젊음과 패기.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영웅군단'의 최대 무기였다. 리그를 주름잡는 베테랑도, 막강한 자금력으로 똘똘 뭉친 것도 아니었다. 열정과 승부욕으로 어려운 싸움을 이겨냈고, 우승권까지 넘나드는 강팀으로 군림했다. '히어로즈'는 최근 수 년간 KBO리그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모습은 오간데 없다. 시즌 초반부터 중위권을 넘지 못하던 키움은 후반기 초반 이정후의 시즌 아웃을 시작으로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급기야 9연패를 당하며 최하위까지 추락하기에 이르렀다. 정규시즌 36경기가 남은 가운데 키움이 반등 없이 이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2011년 이후 13시즌 만이자 창단 후 두 번째로 꼴찌 수모를 당하게 된다. 2015년 10개 구단 체제 출범 이후 2017년을 제외한 모든 시즌 가을야구에 출전했던 역사도 빛이 바랜다.
반등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다. 핵심 타자 이정후의 올 시즌 복귀는 어렵다. 교체한 외국인 선수들도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불펜 역시 힘이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엔 또 다른 토종 선발 최원태를 LG 트윈스에 내주고 1라운드 지명권과 선수를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선발 투수 안우진과 아리엘 후라도가 차례로 휴식에 들어가는 등, 반등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키움의 행보를 두고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이른바 '탱킹'에 들어갔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탱킹 버튼을 누른 팀들의 보편적인 행보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출전 경험을 꾸준히 부여하고, 보완점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구심점 없이 이뤄지는 유망주 기용은 자신감과 경험 상승보다는 불안함과 정체라는 반작용을 낳기도 한다. 때문에 베테랑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팀에 어린 선수가 많다는 건 분위기 좋을 때 시너지가 굉장하지만, 반대로 결과가 안나오면 두려움, 주눅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코치진도 있지만 베테랑이 경험과 노하우를 (젊은 선수들과) 공유하며 실수를 반복 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결과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 이정후가 반납한 주장 완장을 이어 받은 이용규(38)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규는 지난 5월 10일 손목 부상으로 1군 말소된 이후 후반기 개막에 맞춰 복귀했다. 부상 중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스스로 '커피 배달'을 자처하는 등 힘을 보태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8월 들어 타석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는 날이 길어지고 있지만, 자신이 아닌 팀을 향해 시선을 맞추는 눈치다.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키움과 홍원기 감독에겐 이런 이용규의 리더십이 그저 고마울 수밖에 없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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