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9-9 동점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8회초 2사 1, 2루. 삼성 라이온즈 유격수 이재현(20)은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았다.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KIA 타이거즈 나성범이 만든 땅볼. 차분하게 잡아 2루에만 연결해도 이닝을 마칠 수 있었던 순간에서 이재현은 그만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빠뜨렸다. 3루측 삼성 응원석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 나온 가운데 산전수전 다 겪은 돌부처 오승환은 땀만 닦을 뿐이었다. 하지만 9-4 리드에서 동점을 허용하고 역전 위기까지 내몰린 순간. 이재현의 심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오승환이 KIA가 자랑하는 '득점권 해결사' 대타 고종욱을 투수 땅볼 처리하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워 삼성은 역전 없이 이닝을 마치는 데 성공했다.
이어진 8회말. 공교롭게도 선두 타자는 실책을 범한 이재현이었다. KIA는 필승조 임기영(30)을 마운드에 올렸다. 열세를 딛고 동점을 만든 승부,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재현은 임기영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끝에 139㎞ 바깥쪽 낮은 코스 직구에 배트를 냈다. 외야 좌측 관중석 상단을 향해 뻗어간 타구는 누가봐도 홈런을 예감할 수 있었다. 타구를 바라보던 이재현은 담장을 넘어간 것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환한 모습으로 베이스를 돌면서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냈다. 다시 리드를 되찾은 삼성은 8회초를 막은 오승환이 9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면서 10대9, 1점차 승리를 거뒀다.
만약 8회초 이재현의 실책이 역전 점수로 연결됐다면 삼성이 받았을 데미지는 클 수밖에 없었다. 1회말 오재일의 만루포, 4회 추가 득점 이후 6회말 터진 김현준의 그랜드슬램으로 9-4까지 앞서가던 삼성은 7회초 KIA에 4실점 빅이닝을 헌납했다. 선발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가 6회까지 106구를 던진 뒤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으나, 7회에만 이승현 이재익 최지광 김태훈 4명의 투수를 소모했다. 7회말 추가점을 뽑지 못해 불안한 1점차 리드를 이어가던 8회초 위기 상황에서 마무리 오승환 조기 투입이란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었다.
밤하늘을 가른 큼지막한 아치, 라이온즈파크를 찾은 삼성 팬들을 모두 벌떡 일어나 열광케 했다. 실책으로 위기를 만든 이재현에겐 마음의 짐을 덜어낸 홈런이었고, 삼성 벤치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는 점수였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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