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스물 아홉의 나이에 꽃이 만개하고 있다. 10년 만에 포항 스틸러스의 FA컵 결승행을 이끈 수문장 황인재 얘기다.
황인재는 지난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23년 하나원큐 FA컵 준결승전에서 120분간 혈투 끝에 1대1로 비긴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결정적인 선방으로 4-3 승리를 이끌었다.
다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황인재가 분석했던 선수들이 승부차기 키커로 나오지 않았다. 이날 정조국 제주 감독대행은 5명의 키커 중 4명(정운, 임채민, 김오규, 연제운)을 수비수로 선정했다. 공격수는 유리 조나탄, 한 명 뿐이었다. 당황할 법했다. 이에 대해 황인재는 "분석한 선수들이 키커로 나오지 않았다. 내 패턴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황인재는 2-2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네 번째 키커 김오규의 슛을 막아내면서 영웅이 됐다.
2016년 프로 데뷔 이후 7년 만에 '커리어 하이'다. 강현무가 군입대하자 황인재가 주전 골키퍼로 도약했다. 이번 시즌 팀이 치른 K리그, FA컵,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등 모든 경기에 출전 중이다. 황인재는 "나도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뛸 줄은 몰랐다"며 머쓱해 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박호진 골키퍼 코치와 소통하면서 황인재라는 보석을 발견했다. 김 감독은 "인재가 이번 시즌 정말 잘해주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좋아지고 있다. 빌드업과 킥력이 좋아지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한 번씩 실수가 나왔다. 그래도 이날은 집중을 해달라고 했는데 정말 경기를 잘 진행시켰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황인재는 최근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이었다. 그러자 실수가 나왔다. 이에 대해 황인재는 "많은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지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컨디션이 떨어지다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졌던 것 같다. 그래도 크게 정신적으로 흔들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황인재는 군대에서 기량이 향상된 케이스다. 스스로도 "사실 군대에서 빌드업에 한 단계 눈을 떴다"고 강조하기도. 황인재는 "동기인 박지수가 자신있게 더 해보라는 얘기가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이어 "빌드업은 어렸을 때부터 즐겨했다. 다행히 김 감독님 축구 콘셉트에 잘 맞아떨어진다. 내 장점을 최대한 팀에 융화시키는 것이 내 장점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10년 만에 FA컵 우승컵에 입 맞출 기회가 찾아왔다. 때마침 팀 창단 50주년에 말이다. 황인재의 축구인생에서도 좋은 기회다. 그는 "FA컵 결승 진출은 남다른 의미다. 포항 팬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 나도 우승이란걸 한 번 맛보고 싶다"고 전했다. 서귀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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