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모습만 비춰도 함성이 터졌다. 경기 도중 한차례 불펜으로 발을 옮겼을 땐 팬들의 뜨거운 기대감이 타올랐다. 하지만 에릭 페디의 마음속에 등판이란 선택지는 없었다.
NC 다이노스의 동화 같은 기적이 멈췄다. NC는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2대3으로 석패, 시리즈 최종전적 2승3패로 탈락했다. '캡틴' 손아섭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또한번 좌절됐다.
시즌 후반 페디가 KIA 고종욱의 타구에 맞아 교체되는 순간부터 NC는 불길함의 연속이었다. 페디의 복귀는 계속 늦어졌다.
그래도 플레이오프 1차전에 복귀, 6이닝 1실점 12K로 호투하며 팀승리를 이끌 때만 해도 승리 보증수표임을 재입증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총 9경기를 치른 NC의 발걸음에 페디의 등판은 이 1경기가 시작이자 끝이었다.
KT 쿠에바스는 같은 외국인임에도 사흘 쉬고 선발등판, 6이닝 무실점으로 기적같은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페디는 4차전은 물론 5차전 선발등판도 거절했다.
NC의 신민혁과 김영규, 류진욱은 모두 젊은 투수들이다. 1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던 신민혁이 무너지고, 이미 2~3경기에 등판한 김영규와 류진욱이 불펜에서 몸을 풀 때 페디는 그 옆에서 물끄러미 구경했다. 조금 몸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벤치로 돌아와 '착석'했다. 예상대로 그 이후 페디의 등판은 없었다.
혹시 과거의 선동열처럼 상대를 압박하는 액션을 보여준 걸까. 경기 후 만난 강인권 NC 감독의 멘트에선 그마저도 아니란 사실이 드러났다. 강 감독은 "조금 움직여봤는데, (몸이)무겁다고 표현하더라. 등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올해 페디의 정규시즌 성적은 30경기 180⅓이닝,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이다. 자타공인 올해 최고의 투수였다. '슈퍼투수'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쿠에바스처럼 다소 무리한 요구에 따르는 외인도 있는데, 선발은 커녕 불펜 등판조차 외면한 페디다. 팀이 필요로 할 때 외면한 투수를 '에이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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