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권위도 좋지만, 살자고 하는 일입니다."
KBO 허구연 총재는 한국야구사를 바꿀 결정을 내렸다. 로봇심판, 피치클락 전격 도입. 당장 2024 시즌부터 KBO리그는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로봇이 한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다.
로봇이 판정한다고 구심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판정을 선언해야 하고, 그 외 순간순간 다른 상황들은 여전히 집중해서 봐야 한다. 상황별 피치클락 시간까지 체크해야 하니 오히려 더 바빠졌다. 그래서 KBO는 4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1차 심판 동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적응을 위해서다.
아직은 생소함이 있다. 누가 봐도 스트라이크 같은 공에 로봇심판 콜이 울리지 않자 심판들이 웅성웅성한다. 바닥에 떨어지는 커브 공에 스트라이콜이 나온다. 존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한 심판은 "내가 구심이었다면, 이 공은 죽어도 스트라이크 판정 못 한다. 그랬다가는 난리 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심판 도입 얘기가 나오자, 심판들의 권위 얘기가 나왔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은 심판 임무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일의 자부심으로도 연결된다. '허수아비'가 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또 로봇심판이 자리를 잡으면 결국 심판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먼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심판에게 물어봤다. 베테랑 심판 A는 "결국 공정성 문제기 제기되며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 아닌가"라고 말하며 "제도가 도입됐으니, 잘 되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봇심판 도입에 동료, 후배 심판들의 반응은 어떤가 질문하자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별로라는 사람도 있고"라고 얘기했다. 아무래도 수십년 일을 해온 베테랑 심판에게 로봇심판 도입은 약간 씁쓸한 기분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젊은 심판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막내급 심판 B는 "로봇심판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변 동료들도 '한 번 해보자'는 반응"이라고 밝혔다. 이 심판은 "심판으로서 가장 힘든 게 양팀의 항의, 팬들의 비난이다. 이런 게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결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심판들의 스트레스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 심판들 중 60세를 넘겨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 1경기를 하면 4~5번은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을 느낀다. 구심 출전 하루 전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지금도 정신과를 다니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심판을 그만두려는 후배들이 많다"고 말하며 "권위 얘기가 나오는데, 권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살자고 하는 일이다. 로봇심판 도입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밝혔다.
이천=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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