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황소' 황희찬(28·울버햄턴)의 데자뷔다. 황희찬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때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조별리그 1, 2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정상 훈련에 참가했지만, 통증이 재발했다. 그는 홀로 훈련했다. 결전지에 입성하고도 주위만 맴돌았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출전 여부도 불투명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드라마를 썼다. 황희찬은 포르투갈전 후반 20분 이재성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아팠던 만큼 더 간절하게 뛰었다. 황희찬은 경기가 1-1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 시간 결승골을 넣었다. 한국은 포르투갈을 2대1로 잡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황희찬은 "1, 2차전에 뛰지 못해 힘이 되고 싶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 기쁘다. 두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동안 동료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많이 나왔다. 두 번째 경기 끝나고 '이제 어떻게 되도 상관 없다. 뭐라도 하자'는 각오로 준비했다. 빠르게 회복해서 돌아왔고 좋은 결과 만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흘렀다. 황희찬은 '약속의 땅'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또 한 번 기적에 도전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우승을 정조준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E조 1차전서 바레인을 3대1로 잡았다. 2차전에선 요르단과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25일 열리는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최종 순위가 정해진다.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에서 달리는 동안 황희찬은 다시 한 번 자신과 치열하게 싸웠다. 그는 엉덩이 부상으로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카타르 도착 첫 날이던 지난 11엔 훈련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그는 1, 2차전 모두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다행인 점은 황희찬이 빠르게 회복 중이란 것이다. 그는 지난 17일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었고, 이어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황희찬은 동료들보다 일찍 운동장에 나와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희찬은 운동량을 조금씩 늘리면서 최대한 빨리 합류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황희찬의 복귀는 '클린스만호'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황희찬은 측면에서 저돌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흔든다. 그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경기에서 10골을 넣었을 만큼 결정력도 뛰어나다. 한국은 이번 대회 두 경기에서 페널티킥, 상대 자책골을 포함해 총 5골을 넣었다. 공격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최종전 상대인 말레이시아는 끈적한 수비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황희찬의 움직임이 막힌 혈을 뚫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황희찬의 출전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는 몸 상태를 체크하며 훈련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보수적인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황희찬에 대한 관심에 우려를 표했다.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란 이유다.
3차전의 날이 다가왔다. 황희찬은 앞서 "선수로서 모든 경기를 이기고,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다. 매 경기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며 했다. 월드컵에서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보여줬던 황희찬이 이번 대회에서도 '에너자이저' 역할을 해낼 지 관심이 모아진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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