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또 다시 '좀비'가 될 수 밖에 없다.
찬사를 받고 있는 '좀비축구'를 틀어서 보면, 결국 '플랜A'가 실패했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 내내 그랬다. 클린스만 감독이 야심차게 내놓은 카드는 냉정히 말해 '실패'였다. 다행히 후반 과감하게 택한 변화가 들어맞고, 선수들이 믿을 수 없는 투혼을 발휘하며 승부를 뒤집었지만, 편한 길을 가지 못한 것은 클린스만의 실패 때문이었다. 한국이 두 골 차 이상으로 편안하게 리드를 잡고 간 경기는 이번 대회 단 한 경기도 없다. 토너먼트 들어서는 아예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다녔다. 로테이션 없이 베스트 전력을 총동원하고 있는데다, '아시안컵의 브라질'로 불릴 정도로 압도적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제 더이상 실패할 여유가 없다. 이제 우승까지 단 두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다. 두 번의 연장 대혈투를 통해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난만큼,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호주와의 8강전과 같은 막판 기적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요르단과의 4강전의 핵심 키워드는 결국 '초반'이 될 수 밖에 없다. 일찌감치 상대를 제압해야 그만큼 편하게, 여유있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요르단 입장에서 '최강' 한국은 부담스러운 상대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고민할 포인트는 크게 두가지다. 최전방과 허리진이다.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이탈로 수비진에 고민이 있지만, 사실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 꺼낼 옵션 자체가 많지 않다. 현 시점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스리백을 내세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울산 HD에서 합을 맞춘 김영권-정승현 카드를 믿는 수 밖에 없다. 좌우는 설영우(울산)-김태환(전북 현대) 체제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 포백은 지난 시즌 울산에서 함께한 바 있기 때문에, 호흡 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
최전방은 고민이 많다. 조규성(미트윌란)의 컨디션 때문이다. 사우디전에서 선발 제외됐던 조규성은 후반 투입돼 동점골이자 이번 대회 첫 골을 폭발시켰다. 조규성은 클린스만 감독의 신임 속 호주전에서 다시 선발 기회를 받았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채 교체아웃됐다. 현재로서는 '조규성이 조커로 더 유용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밀집수비를 펼칠 것으로 보이는 요르단을 상대로 빠져들어가는데 적합한 '손톱' 혹은 '황톱' 카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에 따라 공격진의 분위기가 바뀌는만큼, 이 결정은 중요하다.
최전방이 선택의 문제라면, 중원은 다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2미들'을 고수하고 있다. 스리백으로 전환하는 가운데서도, 중원에는 두 명의 미드필더만을 배치하고 있다. 클린스만호는 풀백을 인버티드가 아닌 넓게 측면으로 붙이는 전술을 구사하는데, 그러다보니 상대와의 중원 숫자 싸움에서 밀리기 일쑤다. 장기인 공격 전개에서 힘을 쓰지도 못한 채, 황인범(즈베즈다)은 안쓰러울 정도로 뛰기만 하고 있다. 허리진이 부실하다보니, 사실상 중원이 삭제된 채, 공격진의 1대1로 상대 수비를 뚫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우리 공격진이 워낙 강해 득점을 만들고 있지만, 분명 기형적인 형태다.
조정이 필요하다. 호주전 후반이 답이 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박용우(알 아인)를 고정시킨 채, 이재성(마인츠)을 더해 '3미들'로 변화를 택했다. 이 선택은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비록 상대가 한 명 퇴장당한 효과도 있지만, 한국은 막판 호주를 압도했다. 특히 이번 대회 내내 주 포지션이 아닌 자리에서 어려운 경기를 했던 이재성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딱 맞는 옷을 입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헌신적인 압박과 공간 침투를 앞세워 클린스만호의 공수를 이끌었다. '2미들'을 포기하고, 전술적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평가전에서 잘했던 모습으로 돌아가면 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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