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오히려 ABS라서 손해보는 게 있을걸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로 꼽혔던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제구는 여전히 빛났다.
류현진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와 4이닝 3안타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대전 마운드에서 다른 구단과 경기를 치른 건 2012년 10월4일 이후 약 12년 만이다.
최고 구속이 시속 148㎞까지 나오면서 순조롭게 몸 상태를 올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류현진도 "생각보다 스피드가 잘 나왔다. 체인지업 제구가 몇 개 안 좋게 들어간 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을 정도.
무엇보다 장점인 '명품 제구'가 빛났다. S존 곳곳을 예리하게 파고 들었다. 볼넷 및 사구는 한 개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백미'는 4회초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상대로 잡은 3구 삼진. 초구 커브가 바깥쪽 보더라인에 살짝 걸쳤고, 이후 직구 두 개는 초구 위 아래로 하나씩 들었다. 방송사 중계화면 S존에 세로로 나란히 공이 찍혀 있었다. 팬들은 이 모습에 'S존에 오목을 둔다'며 '칼날 제구'에 감탄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빠른 구속으로 상대를 잡아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6마일(약 142.6㎞)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하위 2% 수준에 구속이지만, 류현진은 정교한 제구를 앞세워 올 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3선발을 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이끌어냈다. 여기에 패스트볼과 변화구가 같은 팔각도에서 나와 타자들은 공에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부터 KBO리그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ABS는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해 볼-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것. 기존 인간 심판이 했을 때보다 일괄성있고, 정확한 값이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날 류현진은 미세한 차이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한 공이 몇 개 있었다. 중계사 S존 화면에서도 보더라인에 걸칠 정도.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이 한 장 차이였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아마 류현진은 ABS 시대가 아닌 심판이었다면 더욱 무서웠을 것"이라고 류현진읜 '칼날 제구'를 평가했다.
류현진은 ABS 시스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에 안 들어갔으니 볼 판정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ABS를 시행하는 만큼) 항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타자마다 존이 달라지니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은 오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해 최종 점검을 한다. 이후 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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