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잘 키운 식스맨, 열 주전 안부럽다.'
농구판에서 종종 회자되는 말이다. 선수 교체가 자유로운 특성상 식스맨은 주전의 체력 안배, 공격-수비에서의 '히든카드'로 출전 기회를 얻는다. 겉으로 보이는 기록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승부처에서 감독이 의도한 대로 보이지 않는 활약을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이런 식스맨 효과가 2023~2024시즌 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매 경기 "열 주전 안부럽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알토란 활약이 속출한다.
서울 SK와의 6강전에서 초반 2연승을 달린 전창진 부산 KCC 감독은 비결에 대해 "정창영, 에피스톨라 등 식스맨의 공을 우선 꼽고 싶다"고 말했다. KCC는 1차전 18점차(81대63), 2차전 27점차(99대72) 대승을 거뒀다. 두 경기 모두 승부처는 후반전(3, 4쿼터)이었다. 베스트 멤버들이 각자 제몫을 해주었기에 최종 대승이 가능했지만 여기에 다리를 놓아 준 이가 식스맨이라는 게 전 감독의 설명이다.
현재 KCC의 베스트 멤버는 공격 지향적 성향이 강하다. 그만큼 수비에서는 대응이 느려 얻은 만큼, 잃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6강전에서는 식스맨의 수비 희생으로 정규리그때 수비력 2위였던 SK에 맞불을 놓았고, SK의 공격 시도마저 무력화시켰다.
KCC의 최대 고민은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 등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베테랑 김선형(SK)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였다. 자밀 워니(SK)가 무섭다지만 라건아(KCC)와 장신 포워드 협력수비로 대응이 가능했기에 수비에서 약한 허웅 이호현을 보완할 대책이 절실했다. 고민을 덜어 준 이가 정창영과 에피스톨라다. 둘의 효과는 지난 2차전에서 특히 빛났다. 당시 KCC는 3쿼터에 식스맨 수비에 먼저 승부수를 던졌고, 추격 기세를 올리던 SK에 번번이 재를 뿌렸다. SK의 힘이 빠진 가운데 4쿼터에도 각 4분 정도를 뛴 정창영과 에피스톨라는 KCC가 4쿼터에서만 32점을 쏟아붓고, 8점밖에 내주지 않는 '완벽 플레이'를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궂은 일'뿐 아니라 후반에 정창영은 6득점-4어시스트, 에피스톨라는 7득점-2리바운드를 보태는 등 공격 공헌도에서도 주전 못지 않았다.
1승1패를 주고 받은 수원 KT와 울산 현대모비스도 식스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5일 1차전에서 KT가 93대90으로 신승을 거둘 때 깜짝 수훈갑은 신인 식스맨 문정현이다. 문정현은 이날 총 26분의 출전시간 가운데 4쿼터에 10분 풀타임 기회를 얻었다. 4쿼터에 수비에 치중하느라 9분43초 동안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모든 기록은 '제로'였다. 하지만 90-90, 마지막 공격 기회의 절체절명 상황에서 극장골같은 3점포를 성공시켰다.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배짱과 침착성을 겸비한 승부수였다.
2차전서는 현대모비스가 식스맨 효과를 가져갔다. 경기 종료 10초 전, 김지완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골밑 돌파 레이업으로 79대77 위닝샷을 장식했다. 이날 21분39초를 뛰는 동안 첫 득점이었다.
상대팀 KT의 양대 에이스 허훈과 패리스 배스가 비슷한 클러치 상황에서 김지완보다 쉬운 득점 기회를 날린 것과 비교되면서 식스맨 김지완의 '한방'은 울산 팬들을 더욱 열광시켰다. '용병 식스맨'이라는 2옵션 케베 알루마도 주전 게이지 프림 대신 25분25초를 뛰며 22득점을 기록하는 등 배스의 화력에 맞붙을 놓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PO는 단기전 승부라 베스트 멤버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식스맨이 짧은 시간 기대 이상 활약을 해준다면 그것도 큰 '복(福)'"이라며 부러워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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