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야심차게 진행했던 '스포츠 헬스케어'가 결국 전 대표이사의 배임 혐의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0일 종로구 동양생명 본사 사무실과 저우궈단 전 대표이사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저우 전 대표가 테니스장 운영 사업과 관련해 회사에 2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1월 저우 전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한 바 있다.
경찰 수사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동양생명에 대한 검사 결과에서 시작됐다.
앞서 금감원은 동양생명이 2022년 10월부터 서울 중구 장충테니스장의 실질적 운영권자 역할을 하면서 테니스장 운영을 위해 비용 대부분을 보전해 주는 등 회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운영권을 획득한 정황을 파악했다며 지난해 경찰에 저우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우회 입찰·운영'이 중심에 있다. 금감원은 테니스장 운영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동양생명이 스포츠시설 운영업체를 내세워 '우회 낙찰'을 받고 광고비 등을 몰아주는 형식으로 낙찰금액을 보전해 준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업체는 직전 낙찰가가 3억7000만원이던 테니스장 운영권을 26억6000만원에 낙찰받았으며 동양생명은 해당 업체에 광고비 등 명목으로 3년간 27억원을 보전해주고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인건비와 관리비 1억6000만원도 지급했다.
당시 동양생명 측은 "테니스장 계약은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금감원의 수사 의뢰로 전 대표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테니스 마니아로 알려진 저우 전 대표의 취미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결국 저우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사임했다. 건강상의 이유를 사임 배경으로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배임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있다. 노동조합 역시 저우 전 대표의 해임과 과오가 있는 임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게시하는가 하면, 저우 전 대표 퇴진 요구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압박한 바 있다.
이같은 'CEO 리스크'는 동양생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번졌다.
동양생명은 지난 3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 3건의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저우 전 대표가 추진한 테니스장 운영 사업과 관련해 체결한 광고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 대표 지원 업무에 있어서 위촉한 자문역에게 지급한 보수가 합리적으로 산정되지 않았고, 새 대표 지원 예산 집행이 불투명한 문제도 제기됐다. 배당락일이었던 지난달 2일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동양생명의 주가가 1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3월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이문구 신임 대표가 '경영능력 시험대'에 섰다고 보고 있다.
동양생명은 20일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이 88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야 하는 것은 큰 과제다. 동양생명에서는 '베테랑 영업맨'인 이 대표의 역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동양생명은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한 신계약 매출 증대 및 전속조직 확대를 통한 영업력 강화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대표가 6년만의 한국인 리더라는 점도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1992년 동양생명에 입사한 32년 차 '동양맨'이라는 역시 갈등을 겪었던 노사 화합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신뢰도 회복과 실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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