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날씨가 더워지면 살아날 것이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지난 5월까지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두고 반복해왔던 말이다.
5월까지 소크라테스의 시즌 타율은 2할7푼4리.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최하위였다. 홈런은 외인 타자 중 4위(11개)였으나, 타점은 37개로 8위였다. 국내 선수 이상의 활약을 기대하는 외국인 타자, 대개 중심 타선에서 역할을 맡는 점을 고려해보면 소위 '영양가가 없는' 기록이라 볼 수 있다. KIA가 올 시즌 대권을 바라보는 팀이라는 점에서 소크라테스의 가치에 대한 회의론이 점점 커졌다.
때문에 소크라테스의 퇴출설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소크라테스가 KBO리그 3년차에 접어들며 상대 투수에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당한 상황에서 KIA가 대권 구도를 확실하게 가져가기 위해선 보다 파괴력 있는 외국인 타자가 필요하다는 것. 이후 KIA 심재학 단장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소크라테스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런데 예년보다 빨라진 더위 속에 소크라테스의 방망이도 불붙는 모양새다.
소크라테스의 6월 타율은 3할4푼4리다. 3홈런 12타점으로 전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치라 보긴 어려운 게 사실. 하지만 최근 2번 타순에 배치되면서 출루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이 컸던 것과 달리, 이달엔 14개의 4사구를 얻는 동안 10개의 삼진에 그쳤다.
그동안 KIA는 소크라테스에 나성범-최형우의 뒤를 받치는 중심 타순의 한 축을 맡겨왔다. 외국인 타자 다운 중장거리 타구 생산을 통해 팀 득점력에 기여하라는 것. 이 감독도 시즌 초반 소크라테스에 "5번 타자에 걸맞은 스윙을 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좀처럼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역발상'에서 해답을 찾은 KIA다. 소크라테스 뒤에 좀 더 위력적인 타자들을 배치해 상대 투수가 승부를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것. 전반기 20-20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김도영을 중심 타순으로 배치하고 소크라테스를 그 앞에 두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소크라테스에서 찬스가 무산되더라도 출루-장타 면에서 우위에 있는 김도영 나성범 최형우가 버티고 있기에 가능했던 계산이다. 올 시즌 5번 타순 타율 2할5푼9리에 불과했던 소크라테스는 2번 타순에선 3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무려 4할.
소크라테스가 지금까지의 흐름대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친다면 20홈런 후반대 및 9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소크라테스의 여름 이후 활약 여부다.
지난 2년 간 소크라테스의 9월 이후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KIA 첫해였던 2022시즌엔 9월 타율 2할9푼5리였으나 2루타 이상 장타 생산이 7개(2루타 4개, 홈런 3개)였고, 10월엔 타율이 1할8푼5리로 추락했다. 지난해엔 9월 타율 2할7푼4리, 10월엔 2할8푼1리로 그나마 나았으나, 장타 생산(9월 2루타 4개, 홈런 3개·10월 2루타 4개, 홈런 1개) 면에선 아쉬움이 있었다.
현시점에선 KIA가 굳이 소크라테스를 교체하는 모험에 나설 필요가 없어 보인다. 수급이 더욱 쉽지 않아진 외국인 타자 시장이나 영입 후 리그 적응 기간 등을 고려해본다면 이런 소크라테스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울 만한 타자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 결국 KIA는 소크라테스를 안고 가며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크라테스가 이런 KIA의 믿음에 보답하는 길은 V12의 밀알이 되는 것 뿐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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