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두 선수는 모두 여성으로 자랐고, 여성으로 경쟁해왔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파리올림픽 성별 논란에 휘말린 여자 복싱선수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와 린위팅(28·대만)에 대해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권리를 가진 여성"이라고 인정했다.
파리올림픽 복싱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수장이 또렷한 의견을 낸 것이다. 지난 1일 여자복싱 -66㎏급에서 알제리의 칼리프가 이탈리아 선수 안젤라 카리니를 46초만에 꺾은 후 불거졌다. 카리니가 얼굴을 맞은 후 경기를 포기했다. 여자 -57㎏급 린윈팅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칼리프는 4일 열린 8강에서 헝가리의 언너 루처 허모리에게 5대0(29-26 29-27 29-27 29-27 29-27) 판정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 동메달을 확보했다. 파리올림픽 알제리의 첫 메달이다.
바흐 위원장은 5일(한국시각) 파리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를 향한 혐오 발언을 비난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지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겐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자랐고 여성여권을 갖고 여성으로 오랜 기간 경쟁해온 2명의 복싱선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여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일부 사람들이 여성의 정의를 가로채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여성으로 태어나고, 자라고, 경쟁한 사람이 어떻게 여성으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는지 과학에 기반한 새로운 근거를 제시해줄 것을 요청한다. 뭔가를 생각해낸다면 기꺼이 검토할 의향이 있지만 정치적 동기가 있는 문화 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흐 위원장은 이것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여성 복서들에 대한 존중의 문제라고 정확하게 선을 그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여성 이벤트에 참여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이 의제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혐오발언, 공격성, 학대 등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 이 분쟁을 종식시키는 건 미디어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호소했다.
두 선수는 불특정 성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국제복싱연맹(IBA)은 지난해 뉴델리세계선수권에서 실격 처분을 내렸다. 당시 러시아의 우마르 크레믈레프 IBA 회장은 "칼리프와 린위팅은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IOC는 이들의 올림픽 여자복싱 출전자격을 인정했다. IOC는 여권상의 성별을 출전자격의 기준으로 삼는다. 바흐 위원장은 "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여성들을 존중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여성으로서 존중하고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혼란에서 벗어나라"고 말했다.
칼리프와 린은 모두 2021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두 선수는 수년 동안 여자 복싱에서 경쟁해왔지만, 2023년 선발전에서 국제복싱협회(IBA)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성별 테스트를 이유로 두 선수가 "여자 경기 참가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며 실격 처리했었다. 파리올림픽에서 논란이 불거진 후 46초만에 기권패한 상대 카리니는 "이 모든 논란이 나를 슬프게 한다. 상대 선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IOC가 그녀가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면 나는 IOC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IBA는 카리나에게 상금 수여을 약속했다.
바흐 위원장은 국제복싱연맹(IBA)가 프랑스와 파리올림픽, IOC의 명예를 훼손하는 캠페인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러시아측, 특히 여러 가지 이유로 회원 자격을 철회해야 했던 IBA로부터 본 것은 올림픽이 열리기 훨씬 이전부터 이들이 IOC에 대한 명예훼손 캠페인을 벌였다는 것"이라면서 "이 공인되지 않은 연맹에서 나오는 정보의 신뢰성을 알고 싶다면 그들의 최근 발언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시길 바란다"며 러시아 우마르 크렘레프 IBA 회장을 에둘러 비난했다. IOC는 지난해 6월 IBA에 대한 국제경기연맹 승인을 철회하고 사실상 퇴출시켰다. 파리올림픽 복싱 종목은 IOC가 설립한 임시기구, 파리 복싱 유닛(PBU)이 주관하고 있다.
그러나 바흐 위원장은 뜨거운 성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복싱이 2028년 LA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싱은 가장 세계적인 스포츠 중 하나다. 복싱은 사회적 가치가 높은 스포츠"라고 했다. 그러나 복싱이 새로운 국제적 리더십을 찾아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복싱이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되기를 바라고 그것이 목표다. 하지만 복싱 종목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야만 LA올림픽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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