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37분 간의 활약, 존재 가치를 증명하긴 충분했다.
울산 HD와의 '현대가 더비'에서 3대1 완승을 거두며 단독 선두가 된 전북 현대. 이승우(27)의 활약상은 단연 빛났다. 박진섭(30)의 역전 결승골 시발점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티아고(32)의 쐐기골까지 도우면서 시즌 첫 공격 포인트를 작성, 3만1830명 만원관중을 기록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 애칭)을 들썩이게 했다.
양팀이 1-1로 맞선 후반 41분 가위차기슛이 압권이었다. 김영빈(34)이 헤더로 문전에 밀어 넣은 볼에 그대로 뛰어 올라 오른발을 갖다댔다. 예상치 못한 강력한 슛에 울산 골키퍼 조현우(34)가 손으로 막아냈으나 잡기엔 무리가 있었다. 흘러 나온 볼을 박진섭이 밀어 넣으면서 득점으로 연결하는, '기록되지 않은 도움 장면'이 만들어졌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순간적 판단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슈팅으로 연결한 개인기도 빛났다.
도움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센터서클에서 이어진 긴 패스를 잡아 조현우와 1대1 상황이 만들어졌다. 충분히 득점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지만, 이승우는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티아고에게 지체 없이 패스를 연결했고, 결국 쐐기골을 도왔다. 그동안 이타적 움직임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것과는 다른 완벽한 팀 플레이로 시즌 첫 공격포인트를 작성했다. 전북 거스 포옛 감독은 "교체 투입된 모든 선수를 칭찬하고 싶다. 충분히 준비를 잘 해서 존재감을 보여줬다"고 이승우의 이날 활약상을 칭찬했다.
이승우는 현재 벤치 멤버다. 시즌 초반 이영재와 함께 선발로 기용됐지만, 3월 9일 강원FC전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4월 13일 제주 SK전에서 한 달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후 선발이 아닌 교체 출전을 거듭 중이다. 포옛 감독은 이승우-이영재(31) 조합에서 김진규(28)-강상윤(21) 조합으로 중원을 바꿨다. 이후 전북이 무패를 달리면서 이승우의 출전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포옛 감독은 이승우의 역할 변화에 대해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포지션, 시스템 선택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며 "팀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을 때 손 대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올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적절한 활용법을 계속 찾을 것이라는 뜻도 함께 드러낸 바 있다. 이른 나이에 유럽 무대를 경험하고 대표팀에 승선했고, K리그 최고 대우를 받는 이승우는 전북이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해야 할 자원으로 꼽혀왔다. 울산전에서 이런 니즈가 어느 정도 충족됐다.
이승우의 입지에 변화가 생긴 건 지난 3월 A매치 휴식기였다. 당시 전북은 K리그1, 아시아챔피언스리그2 등 6경기 연속 무승 부진 속에 변화가 불가피 했다. 울산전을 마친 전북은 2주 간의 6월 A매치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 이승우의 입지가 또 한 번 바뀔지는 미지수다. 전북은 여전히 무패고, 송민규(26)-전진우(26)로 구성된 측면 공격 위력도 계속되고 있다. 3월보다 견고한 팀 케미 상, 이승우가 이를 비집고 다시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하지만 울산전을 통해 재능을 입증한 그의 가치와 활용 방안에 대해 포옛 감독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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