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서울림에 대한 욕심이 자꾸 커지는 것 같아 큰일이다(웃음). 한자리에서 어울리고, 부대끼면서 배우는 게 참 많다."
'서울림 개근생' 동명여고.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서울림운동회를 앞둔 동명여고 구성원들의 모습엔 기대와 설렘, 의지가 교차했다. 서울림운동회(주최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스포츠조선, 위피크, 후원 서울시-서울시교육청-문화체육관광부-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달리는 운동회. '서울'과 '어울림'이라는 단어를 결합한 서울림이라는 명칭은 장애-비장애 학생이 스포츠를 통해 어울리고 숲처럼 어우러져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행복한 서울 청소년 체육'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애-비장애 학생 6~10명으로 구성된 '서울림 통합스포츠클럽'에서 농구(골밑 슛 릴레이), 배구(빅발리볼), 스태킹 릴레이, 단체줄넘기 중 4개의 정식종목 중 2개를 정해 10회 이상 함께 뛰며 팀워크를 다진 뒤 운동회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낸다. 4회째인 올해 대회는 오는 10월 25일 펼쳐진다. 중학교 14개교, 고등학교 10개교 총 24개교가 참가한다.
올해 개교 104주년을 맞이한 서울 동명여고는 통합체육 교육의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통합체육'이란 단어가 낯설었던 200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생활지도부장으로 통합체육을 주도했던 정지현 동명여고 교감은 서울림운동회의 멘토이자 열렬한 지지자다. "방과후 학원 등 개인 학업을 포기하고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일반-특수학생이 한 자리에서 어우러지는 자리 아닌가. 부작용도 있었고, 선생님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며 "하지만 1년 뒤부터는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확실히 정착됐다. 처음엔 부끄럽고 부담스러워하던 일반학생들이 서울림을 통해 배운 긍정적인 면들을 주변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하더라. 이젠 교내 장애인식 개선 교육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참가자 모집에 애를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올해 모집 때는 면접을 봐서 선발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특수교육, 체육교육, 사회복지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은 물론, 골프, 아이스하키 학생선수들도 적극 지원했다.
'2023년 빅발리볼 준우승팀' 동명여고는 올해도 빅발리볼과 스태킹 릴레이에 도전한다. 지난 10일 교내 체육관에서 '서울림 키트' 전달식과 함께 첫 여정이 시작됐다. 조환우 체육교사의 설명에 따라 학생들은 빅발리볼 토스, 스태킹 릴레이 훈련을 시작했다. 처음이지만 이미 친숙한 모습이었다. 정 교감은 "1학년 때부터 꾸준하게 통합체육 클럽에 참가한 3학년 특수반 학생들이 일반 학생에게 운동을 가르쳐주는 경우도 많다. 굉장히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깜짝 놀랄 때도 있다"며 "처음 참가할 땐 창피해 하던 일반 학생들이 나중에는 특수학생들에게 먼저 물어본다. 스스로 예전과 다른 자기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그러면서 배려를 배우게 된다. 대학 진학 후 출신 학생들이 모여 자체활동 및 후배들과 교류도 한다"고 말했다.
다름을 인정하며 협업해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스포츠의 힘, 서울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준비 과정부터 참가까지 이어지는 시간 속에 형성되는 공감대와 열정은 둘도 없는 자산이다. 동명여고 서울림 통합스포츠클럽을 지도하는 조환우 교사는 "처음엔 특수학생들이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반학생들 역시 '알려줘라, 도와줘라' 하면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서울림 참가 후 서로 도움이 되고자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역할과 노하우가 생기다 보니 서로 편안하고 쉽게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도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서울림을 통해 이어진 특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동명여고 출신의 '장애인식 개선 1타 강사', 휠체어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 정경희 대한장애인체육회 여성위원이 최근 개교 104주년 기념식에서 '자랑스런 동명인상'을 수상했다. 서울림운동회 '드림패럴림픽'에서 휠체어배드민턴 강사로 동명여고 후배들을 가르치며 모교와의 인연이 이어졌다. 정 교감은 "정 위원님이 학교에 꼭 한번 와보고 싶다고 하시길래, 우리도 모시고 싶어 부탁을 드렸다. 장애인식 개선 교육도 받았고, 자랑스런 동명인상도 수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림에 참가하는 조윤서양(18)은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발전한다는 걸 느낀다"며 "서울림을 통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생각하는 '선'을 지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활동을 계기로 서로 노력하고 소통하면서 벽을 허문다는 게 정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은서양(19)은 "처음엔 일반학생들과 함께 활동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피해를 끼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정말 고마움을 느꼈고,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도 생겼다"며 미소 지었다.
웃음이 가득한 소녀들이지만, 운동시간 만큼은 진지한 모습이다. 청춘의 승부욕을 감출 수 없었다. 정 교감은 "승부보다 참가에 의미를 두고 즐겁게 하자고 이야기하는데, 학생들은 자꾸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빅발리볼 준우승 때 눈물을 보이는 학생도 있었다"고 웃은 뒤 "올해 대회도 우리 학생들이 승부보다 즐겁게 뛰는 데 초점을 뒀으면 좋겠다. 서울림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또 행복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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