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0년 전 오늘,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갈림길 앞에 섰다.
2015년 여름 윙어 포지션에 전력 보강을 위해 당시 웨스트 브로미치에서 떠오르던 사이도 베라히뇨(32) 영입을 추진했다. 베라히뇨는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8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14골로 '포텐'을 터뜨렸다. 컵대회 포함 20골(45경기)을 넣었고, 잉글랜드 A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이번여름 모건 깁스-화이트(노팅엄 포레스트), 에베리치 에제(아스널) 등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형 미드필더 영입을 추진한 토트넘이 눈독을 들일 '프로필'이었다.
하지만 몇 차례 입찰에도 웨스트 브로미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여름 이적시장이 막바지에 달했다. 레비 회장은 플랜B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 플랜B가 바로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떠오르던 대한민국 간판 윙어 손흥민이었다. 8월26일 데이비드 온스테인 기자는 "토트넘은 베라히뇨에 대한 관심을 접고, 레버쿠젠에서 뛰는 한국인 포워드 손흥민 영입 협상을 벌이고 있다"라고 보도했고, 이틀 후인 8월28일 이적료 2200만유로(약 350억원)에 토트넘으로 공식 이적했다.
이달 초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 웹'은 '베라히노는 EPL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토트넘 팬은 베라히뇨가 당시 잉글랜드 U-21 대표팀 동료였던 해리 케인과 함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꿈꿨다. 팬들은 베라히뇨 영입이 무산되자 팬들은 크게 실망했고,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인 것에 대해 희의적이었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손흥민 영입은 결과적으로 토트넘의 역사를 바꿔놓은 '위대한 결정'이었다. 손흥민은 10년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반열에 올랐다. 총 454경기를 뛰어 173골 101도움을 남겼다.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과 푸스카스상을 수상하며 구단 가치를 드높였다. EPL에선 통산 득점 공동 16위(127골), 도움 17위(71도움) 기록을 남겼다.
또한, 2018~2019시즌 구단 역대 최초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의 역사를 썼고, 2024~2025시즌 계속된 준우승 퍼레이드를 끝마쳤다. 유럽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팀의 17년 무관을 씻어냈다. 손흥민의 프로 커리어 첫 트로피여서 감격은 두 배였다. 손흥민은 위고 요리스(LA FC),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팀을 떠난 후인 2023년부터 2년간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유로파리그 우승은 손흥민의 토트넘 10년 커리어를 마무리 할 최적의 마무리였다. 손흥민은 시즌 후 미국프로축구(MLS) 이적료 신기록을 세우며 LA FC로 이적했다. 토트넘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아름다운 작별' 스토리를 썼다.
토트넘 이적에 실패한 베라히뇨는 공개적으로 구단에 불만을 토로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2017년 1월 결국 웨스트 브로미치를 떠나 스토크시티로 이적했으나, 다시는 2014~2015시즌 퍼포먼스를 재현하지 못했다. 2019년 벨기에 클럽 쥘터 바레험으로 떠난 베라히뇨는 키프러스 클럽 리마솔을 거쳐 2025년 슬로베니아 2부 타보르 세차나에서 뛰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