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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김택수(55)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촌장은 '인스타(그램) 열심히 하는 촌장님'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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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짧은 영상을 담은 그는 빠른 솜씨로 '짤'(짧은 영상)을 만든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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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촌장은 지난 3월 임기를 시작한 뒤 주목받지 못했던 종목 선수들에게도 자긍심을 심어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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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세대는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문자 메시지나 SNS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1992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김윤만 대한체육회 훈련본부장은 "선수들이 직접 촌장님께 고민 상담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관련 내용을 몰라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며 웃었다.
◇ "일본이라 오히려 쉽지 않은 대회…젊은 선수 최대한 많이 출전해야"
하계 아시안게임은 전통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이 강세를 보인다.
중국은 압도적인 숫자의 선수단을 앞세워 종합 1위를 굳게 지키고, 한국과 일본은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한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를 했으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3년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일본에 밀려 3위로 마쳤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13개를 포함한 메달 32개로 예상을 뛰어넘은 성적을 내 종합 8위에 올랐지만, 일본은 금메달 20개로 종합 3위를 차지하며 멀찍이 치고 나갔다.
내년 아시안게임은 아직 출전 선수단 규모조차 정해지지 않아서 대한체육회는 구체적인 목표 성적을 세우지는 못했다.
다만 일본에서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과 2위 싸움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촌장은 "일본이라 시차도 없고, 가까워서 좋을 것 같지만 경기 내적으로 보면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면서 "일본에서 하다 보니까 일본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종목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편성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일본과 순위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파리 올림픽을 돌아보면 현재 현실적인 격차는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신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위해 내년 아시안게임은 가능하면 젊은 선수가 최대한 많이 출전해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하다.
김 촌장은 "내년 초 종목별로 대표 선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현재 선수촌에는 약 17∼20개 하계 종목 선수가 상주하며 기초 체력과 세계선수권대회, 국제대회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세대교체가 안 되는 종목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기회로 반드시 살려야 한다. 국제대회 선수단 규모는 국력을 상징한다. 국가 위상을 위해서라도 한 명이라도 더 파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 이(e)스포츠·BMX 등 신규 종목을 위해 선수촌도 '진화 중'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스포츠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페이커' 이상혁을 앞세운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팀은 결승에서 대만을 꺾고 우승했고,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는 김관우가 43세의 나이로 금메달을 따 이스포츠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스포츠는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금메달이 걸려 있진 않아도, 젊은 층의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 올릴 종목이다.
김 촌장은 "이스포츠 대표팀도 내년 진천선수촌에서 강화 훈련을 원하고 있어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포츠 역시 신체 능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순발력과 지구력, 정신력 모두 필요하다.
문제는 훈련 장비다. 과거 바둑 대표팀이 선수촌에서 함께 합숙했던 일도 있지만, 이들에겐 바둑판과 바둑알만 있으면 큰 문제가 없었다.
이스포츠는 고사양 컴퓨터와 장비가 꼭 필요하다.
민성식 대한체육회 훈련기획부장은 "진천 선수촌에서 공간과 기본 설비는 제공할 수 있고, 장비는 선수들이 직접 가져와야 한다"면서 "장기 합숙보다는 1∼2주 정도 상징적으로 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도적으로 도입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종목인 BMX 프리스타일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진천선수촌에는 일반적인 사이클 선수를 위한 트랙과 훈련 시설은 있지만, 자전거 묘기 경기장은 이제야 마련하기 시작했다.
김 촌장은 내년 아시안게임에 기대하는 종목으로 BMX와 스포츠클라이밍을 언급하며 "선수촌 안에 공간을 어떻게든 마련해서 조성해야 하니까 쉽지는 않다"며 "BMX 훈련장은 최근 설계에 들어갔고 올해 안에는 완공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자율'과 '개방'으로 문 활짝 연 선수촌
김 촌장의 훈련 철학 핵심은 '자율'과 '신뢰'다.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 스스로 동기를 찾고 책임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김 촌장은 "국가대표 정도 되면 자기 관리도 국가대표급으로 해야 한다"며 "선수들을 믿고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선수 시절부터 이어진 오랜 고민에서 비롯됐다.
그는 "종목마다 특성이 다른데 왜 모두가 똑같은 훈련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어떤 종목은 새벽 훈련 없이도 금메달을 따지 않나. 종목에 맞는 훈련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새벽 훈련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의무가 아닌 자율에 맡겼음에도 유도, 레슬링 등 많은 선수가 자발적으로 훈련에 참여한다.
김 촌장은 "자율로 맡겨놔도 선수들이 굉장히 잘하고 있다"며 "선수들의 눈빛이 밝아졌고, 스스로 해보려는 의지가 보인다. 근력 운동장에서도 혼자 훈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김 촌장이 자율성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경기력이다.
그는 자신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자신의 의지였다고 회상하며, 이 경험을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하고자 한다.
그는 "주위의 도움으로 선수의 기량을 100% 가까이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세계 정상이 되기 위한 마지막 1~2%는 선수 본인의 의지에서 나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것이 바로 자율이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선수들에게 크게 와 닿는 것 같다"며 자율적 동기 부여가 최상의 경기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촌장은 대표 선수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자 노력 중이다.
선수 사기 진작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가족 초청 행사'를 정례화했다.
한 달에 한 번, 생일을 맞은 선수의 가족을 선수촌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하고 훈련 시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행사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가족들이 선수의 훈련 모습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외부와 협력도 활발하다. 파리바게트가 선수들을 위해 식당 앞에서 이벤트를 열거나, 방송인 박나래 씨의 유튜브 프로그램 촬영을 진행하는 등 색다른 행사로 선수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일반인들의 선수촌 견학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가대표와 국민 사이 거리감을 줄이는 것도 김 촌장의 역점 사업이다.
김택수 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선수촌 개방을 통한 'K-스포츠 산업화'도 그린다.
그는 "선수들 훈련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개방을 확대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며 "해외 유명 프로 구단처럼 체계적인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굿즈 샵을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서는 대한체육회에 걸려 있는 수많은 규제를 푸는 게 꼭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 이러한 부분을 관심 있게 살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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