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기성용도 포항에서는 피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기성용은 오히려 포항스틸러스 팬들에게 데뷔골 공약을 밝혔다.
포항은 2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제주SK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0라운드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후반 10분 이호재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승점 3점을 챙겼다. 포항(승점 48) 은2위 김천(승점 49), 3위 대전(승점 48)과의 격차를 좁히며 4위 자리를 유지했다.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후반 34분 교체되기 전까지 79분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적절히 기여했고, 특유의 날카로운 패스와 후방에서의 완급 조절이 돋보였다. 적극적인 태클과 경합 등을 선보이며 후방에서 포항 수비 라인을 지켰다. 기성용은 "상위 스플릿으로 가는 데 중요한 경기였다. 확정은 아니지만, 점수 차리르 벌릴 수 있었다. 승리했고, 경기력에서도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3경기에서 2위 순위 싸움을 해야 하기에 이어지는 김천전도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포항은 올 시즌 팀 내 베테랑들의 역할이 돋보인다. 신광훈을 필두로, 기성용과 주장 전민광까지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고 조언을 해줄 선배들이 가득하다. 박태하 감독 또한 '이겨야 한다', '잘해야 한다'는 말을 아끼고 선수단 동기부여를 베테랑들에게 맡길 정도다. 기성용은 "기성용은 선수단 절반이 주중에 태국을 다녀왔다. 우리가 이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가져왔다. 어린 선수나 그동안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가 일군 성과였다. 그 경기를 보면서 동료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시즌 중 국외로 원정을 다녀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 동료들이 태국에서 승점 3점을 따왔기에 남아 있는 선수들이 제주전을 잘 준비하고, 우리도 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많았다.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포항 모든 구성원이 훈련장에서부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스케줄상 쉽지 않지만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올여름 처음으로 포항에서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 적응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박태하 감독의 전술에 곧장 녹아들며, 최근 짧은 부상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선발로 나서서 활약하고 있다. 포항도 기성용 합류 후 상승세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기성용이 유럽 생활에서 가장 빛났던 스완지시티도 포항과 비슷한 항구 도시다. 비슷한 환경의 팀에서 다시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성용은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 도시에서 떨어져서 생활하다 보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여우도 생기면서 마음이 편하다. 그러면서 축구에도 더 집중하게 됐다. 감독님도 워낙 선수에 대한 배려가 좋으시다. 큰 스트레스가 없다. 베테랑으로서의 부담도 있는데, 그런 부담을 줄여주시니까 경기장에서 더 편하게 경기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편해진 마음 때문일까. 포항에서 기성용은 색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포항은 유튜브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선수들의 짧은 영상 콘텐츠들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구단이다. 최근 홍윤상, 이동협이 찍은 뮤직비디오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기성용은 그 영상에 대해 "내 포항 이적보다 충격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기성용도 이미 여러 차례 다양한 영상 속 인물로 등장했다. 피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미 데뷔골을 터트린다면 팬들이 기대할 만한 영상으로 남길 준비도 마쳤다. 기성용은 "구단이 시키는 건 다하고 있다. 열심히 한다. (신)광훈이 형 때문이다. 형이 열심히 하니까, 안 할 수가 없다"며 "팀에서 선배 노릇을 못하니까 힘들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데뷔골을 넣으면 재밌는 걸 하나 하기로 했다"고 했다.
기성용과 함께 기세를 올린 포항의 다음 상대는 김천. 포항은 김천 원정에서 그간 어려움을 겪었다. 마지막 원정 승리가 2022년 8월이다. 다행히 기성용이 오고 징크스를 깬 경험이 있다. '대팍 징크스'를 극복했다. 7월 29일 경기에서 8무2패의 상성을 이겨내고 승리했다. 기성용도 승리를 다짐했다. 그는 "김천엔 좋은 선수가 많다. 이번 라운드에선 전북 현대도 잡았다. 자신감이 더 붙었을 거다. 그런데 축구는 모른다. 징크스는 깨라고 있는 거다. 포항에 와서 대구 원정 징크스를 깼다.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나부터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포항=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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