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형님, 여자팀은 몇 년은 해야 이해가 될 겁니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28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한국도로공사와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20-25, 25-22, 25-15, 25-23)로 역전승을 이끌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백전노장 김호철 감독은 2021~2022 시즌을 앞두고 IBK기업은행과 계약하면서 처음 여자 배구팀을 맡았다. 2024년 3월 IBK기업은행과 2+1년 조건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IBK기업은행과 동행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컵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때도 해마다 중하위권에 머물며 봄배구에 진출한 적도 없으니 선수들과 이룬 첫 쾌거다.
김호철 감독은 과거 현대캐피탈(2003~2011, 2013~2015년)과 러시앤캐시(2012~2013년), 남자배구 국가대표팀(2017~2019년) 등 남자배구 사령탑으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 왔다. 특히 현대캐피탈 감독 시절 삼성화재와 라이벌 구도를 그리며 배구 흥행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여자배구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백전노장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이때 급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 게 차상현 전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여자팀이 어렵다. 남자팀과 많이 다르다. 여자팀을 오래 맡았던 차상현 감독이 내게 이야기하기를 '형님, 몇 년은 해야 이해가 될 겁니다' 그랬다. 정말 맞다. 선수들과 거리를 붙었다 떨어졌다 해야 한다. 실력보다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을 어떻게 잘 맞춰주느냐가 중요하다. 남자팀은 전력을 갖고 있으면 최대한 활용만 하면 승률이 높아지지만, 여자팀은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조금 더 어렵다. 그 분위기를 잘 타면 연습도 잘하고 경기도 열심히 한다. 그런 게 안 맞으면 아무리 노력하고 고함쳐도 안 되더라"고 되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IBK기업은행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컵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3, 2015, 2016년에 이어 구단 역대 4번째 우승이다.
IBK기업은행은 조별리그 A조 1위(2승무패)로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27일 열린 B조 2위 현대건설과 준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 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 진출은 2023년 준우승 이후 2년 만이었다.
김 감독은 "2년 전에 GS칼텍스랑 결승전에서 선수가 너무 없어서 6명 데리고 경기에 나섰다가 첫 세트 이기고 내리 세트를 뺏겼다. 경기 전부터 어려운 경기가 되리라 예상했다. 어려운 과정에서 선수들이 첫 세트를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고 한 게 우리 팀의 변화된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수들 한 명씩 수고했다고 다 말을 전하진 못하지만, 어려운데도 아프고 힘든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 팀이 돼서 좋은 모습 보여줘서 감독으로서 더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했다.
선수들과 첫 우승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했다. 선수들은 김 감독에게 너도나도 물을 부으면서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물세례를) 받아봐서 시원하고 좋더라. 자주 받아도 괜찮다"며 미소로 화답했다.
여수=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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